잡지에서 읽은 시

복권명당/ 김자희

검지 정숙자 2024. 5. 7. 01:03

 

    복권명당

 

     김자희

 

 

  잠실역 8번 출구

  꼬리가 보이지 않는 줄 서기

 

  민망한 시선은 서로를 외면한다

  지남철에 나사못 달라붙듯 날마다 자라나는 대열

  지친 얼굴 얼굴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스며드는 한기에 온몸이 떨려온다

  머플러로 목을 감싼다

 

  샛강의 모래톱 같은 이방지대 롯데캐슬 앞

  저물어 가는 겨울비에 떨면서 그들은 무표정하게 서있다

 

  오천 원 만 원권의 지폐들이 누군가의 입에 블랙홀같이 빨려 들어가고 말 것을 알면서 언젠가는 자신들의 입에도 블랙홀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간직한 채 오늘도 고독한 줄 서기를 하고 있다

 

  123층 타워는 비밀의 성처럼 견고한 벽들로 최소한의 출구만 내어놓고 침묵한다

 

  세상이 아파가고 있다

 

  줄 서기 유혹에 마른침을 삼키며

  나는 버스에 오른다

     -전문(p.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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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봄(93)호 <신작시 > 에서

 * 김자희/ 2020년 『미네르바』로 시 부문 & 2011년『수필춘추』로 수필 부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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