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6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中
별의 방향을 읽다
이현서
검푸른 밤하늘, 모래를 뿌린 듯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꿈이었다 선명한
푸른 별빛이 발아래로 쏟아졌다
빠르게 이동하는 별자리들
음계를 버린 지 오래인 나의 노래가 더듬거리며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던 전생을 빌려와
별의 방향을 읽고 있다
어떤 영혼의 간절함이 별을 낳았을까
별 속에도 바람이 살고 있을까
눈먼 새가 울고 있을까
내 안의 습지에서
천 년의 시간을 만지작거리던 바람이 피워내던
구름 꽃의 비밀이 풀릴 것만 같은 머나먼 행성
역류하는 꿈속
당신이 두고 간 계절 사이
붉은 패랭이꽃 속으로 들어간 빼곡한 울음들이
가까스로 파란 정맥을 타고 흐른다
일억 광년의 거리만큼 아득한 존재와 부재의 거리에서
부르면 목이 메이는 이름들
내 몸속에 오래 머물던 무수한 질문들이
툭툭 어둠을 털어내고 있다
아득한 고요의 바다 속
시리디 시린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눈물 한 점, 투명한
-전문(p. 121-122)/ 수상시집 『어제의 심장에 돋는 새파란 시간들』
* 심사위원: 문효치 김정임 이채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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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봄(93)호 <제16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에서
* 이현서(본명, 이명숙)/ 1958년 경북 청도 출생, 1996년 김경린 선생 추천으로 계간『문예한국』에서 신인상 수상, 2009년 계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구름무늬 경첩을 열다』『어제의 심장에 돋는 새파란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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