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성_자선친필 시고/ 서시 : 윤동주 서시 윤동주 (1917~1945, 28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거러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전문, 1941. 11. 20. ▶ 자선친필 .. 작고 시인의 시 2017.08.26
齒科에서/ 김종길 齒科에서 金宗吉(1926~2017, 91세) 60년이 넘도록 몇십 톤의 食糧을 씹고 바수었는가. 윗니는 완전한 틀니이고, 애랫니도 내 것은 여닐곱 개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또, 몇 톤의 食糧을 씹고 바술 작정인가. 나는 다시 齒科에 와서 내 齒牙를 수리하고 보강한다. 齒科椅子에 비스듬히 누운 채.. 작고 시인의 시 2017.07.27
김종태_무에서 유를, 순간에서 영원을(발췌)/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알 수 없어요 한용운(1879~`1944, 65세) 바람도 없는 공중에 垂直의 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 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 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 작고 시인의 시 2017.07.17
오성호_문학은 무엇이었는가(발췌)/ 귀농(歸農) : 백석 귀농歸農 백석(1912~1996, 84세) 백구둔의 눈 녹이는 밭 가운데 땅 풀리는 밭 가운데 촌부자 노왕老王하고 같이 서서 밭최뚝에 즘부러진 땅버들의 버들개지 피여나는 데서 볕은 장글장글 따사롭고 바람은 솔솔 보드라운데 나는 땅임자 노왕한테 석상디기 밭을 얻는다 노왕은 집에 말과 나귀.. 작고 시인의 시 2017.06.18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1907~1974, 67세)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 작고 시인의 시 2017.06.14
성탄제/ 김종길 聖誕祭 金宗吉(1926~2017, 91세)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 작고 시인의 시 2017.05.22
고비사막/ 김준구 고비사막 김준구(1944~2016, 72세) 누구의 밑줄일까 붉은 치마폭이 푸른 치마폭과 맞닿은 자국 누구의 손길일까 하늘과 땅을 꿰맨 자국 그 사이로 노을 아스라이 번져가고 낙타는 멀어져가네 외로움과 외로움도 서로 섞일 수 있을까 들여다보자 펼쳐지는 사막 바람이 바람을 이어주고 언덕.. 작고 시인의 시 2017.05.14
밤 11시 52분/ 김준구 밤 11시 52분 -2008.05 김준구(1944~2016, 72세) 달리는 지하철 한 칸. 7명 좌석이 3줄로 마주보고 있고, 양끝에 3명 좌석이 마 주보고 있다. 오늘 하루 고달픈 사람, 계산하기 싫은 사람,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해 계산한다면 이 열차는 54명 좌석으로 되어 있다. 빈자리가 8곳인데 서 있는 사람이.. 작고 시인의 시 2017.05.14
장석원_헤비메탈 같은 진이정(발췌)/ 제목 없는 유행가 : 진이정 제목 없는 유행가 진이정 (1959-1993, 34세) 죽음의 골짜기로 스미는 착한 물의 잠처럼 그대는 찾아왔네 그렇게 맞아들일 새 없었네 눈부처에 어린 그대 속눈썹, 내 영혼 빗질하네 들이마시네 난 기침 한 번 못한 채 먼지, 먼지 날리네 애욕의 고 미세한 알갱이들…… 천근의 눈까풀, 그대여 .. 작고 시인의 시 2017.04.20
나희덕_미학적 진원지로서의 기형도(발췌)/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기형도(1960-1989, 29세)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 작고 시인의 시 2017.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