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459

맹문재_장정심의 시에 나타난 기독교적 세계관(발췌)/ 유적 : 장정심

유적 장정심(1898~1947, 49세) 쇠라도 동녹이 덮였을 것이오 돌이라도 깎였을 것이었지마는 정역이 합한 순결한 피라 아직도 돌다리우에 뚜렸이 보이오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기세찬 장마물 긴 세월간에도 흙이 덮이고 패이고 흘러갔으련만 아직도 저 흙 우에 뚜렸이 보이오 굉장하..

맹문재_김기림의 문학에 나타난 여성 의식(발췌)/ 고전적인 처녀가 있는 풍경 : 김기림

고전적인 처녀가 있는 풍경 김기림(호:편석촌, 1908~미상/ 6.25때 납북됨) 할머니: 이애야 그년석이 언제 도라온다고 그러니? 바다를 건너서도 사흘이나 불술기(汽車)를 타고 가 는 데란다 처 녀: 그러치만 그이는 꼭 도라옵니다. 할머니: 무얼 도라온다구 그러니 녯날부터도 江東군이란 ..

조강석_이미지 혹은 잠재적인 것의 실재성(발췌)/ 고향(故鄕) : 정지용

고향(故鄕) 정지용(1902-1950, 48세)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꾹이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네 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한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

김춘식_시인이 마지막으로 본 것(발췌)/ 홍여새 열 마리 외 1편 : 송수권

『문학사상』2017-2월호, 한국 정통의 서정시인 故 송수권의 미발표 유고시 10편 중 2편 홍여새 열 마리 송수권(宋秀權, 1940~2016, 76세) 추석 무렵 아버님 산소에 벌초를 하려고 시골집에 내려 갔었다 삼십 년째 비워둔 빈집 장독대 흙마당 가에 올해도 빨간 봉선화가 다발로 피어 있었다 고모..

김점용_풍경과 상처/ 山 : 김소월

『문예바다』2016-겨울호 _ 김점용 山 김소월(1902~1934, 32세)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嶺) 넘어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햇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산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전문- ▶ 소월의 명시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입니다. 소월의 시는 한편으로는 그 도저한 비극성에 가닿기 어렵습니다. 여러 시를 놓고 맥락을 찬찬히 살펴야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겨우 보일까 말까 합니다. 여기 이 시의 '사나이'는 '시메산골' '산구갑산'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

이숭원_사물의 속성과 상상력의 작용(발췌)/ 산도화(山挑花) 1 : 박목월

산도화(山挑花)1 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전문- ▶ 사물의 속성과 상상력의 작용(발췌)_ 이숭원 이 시는 실제적인 그의 첫 시집인 『산도화』(1955)에 수록된 작품이다.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