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훈_천희(千姬)는 살아있다(발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1912-1996, 84세)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폭폭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폭폭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않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폭폭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 작고 시인의 시 2016.10.16
김석환_외로움의 눈물로 익힌 시의 보석(발췌)/ 역(驛) : 한성기 역(驛) 한성기(韓性淇 1923-1984, 61세) 푸른 불 시그낼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驛)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倚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線路)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 작고 시인의 시 2016.10.15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1933-1997, 64세)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 작고 시인의 시 2016.10.09
송기한_박남수 시와 자연(발췌)/ 새1 : 박남수 새 1 박남수(1918-1994, 76세)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 작고 시인의 시 2016.10.03
고재석_신심과 시심의 행방, 신석정의 경우(발췌)/ 자책저음(自責低吟) : 신석정 ▒ 특집 2016 만해축전 학술세미나 ▒ 현대 불교시인 연구Ⅱ 자책저음 (自責低吟)* 신석정(1907~1974, 67세) 창밖에서는 보리수 꽃향기가 진하게스리 퍼져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을 끝내던 오월 그 어느 날이었습니다. 인중이 유달리 기인 석전(石顚) 스님.. 작고 시인의 시 2016.09.29
송정란_김일엽의 초기 불교시 고찰(발췌)/ 시계 소리를 들으면서 : 김일엽 ▒ 특집 2016 만해축전 학술세미나 ▒ 현대 불교시인 연구Ⅱ 時計 소리를 드르면서 김일엽(金一葉, 1896~1971, 75세) 無常殺鬼의 발자국인 저 시계 소리는 나의 가슴을 얼마나 뛰게 하는가 나는 나의 온 곳도 모르거니와 갈 곳 또한 알 수가 없나 나는 왜 또는 어떻게 이 살이에 던져졌는지 모.. 작고 시인의 시 2016.09.29
김창희_바람의 말(言)/ 적막강산 : 임강빈 <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 적막강산 임강빈(1931~2016, 85세) 나의 첫 시집 '당신의 손'에는 고독이나 슬픔이란 단어가 없다 유치하다는 생각에서 애초 버리기로 했다 나이 들면서 넘어지고 깨지고 하면서 이런 낱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과용할 만큼 마감 날이 가까이 왔다 고독이나 .. 작고 시인의 시 2016.09.08
최일화_ 피안의 세계로 날아간 영혼의 새(발췌)/ 미명의 신앙 : 랑승만 『아라문학』2016-여름호 <추모특집>에서 미명(未明)의 신앙(信仰) 랑승만(1933~2016, 83세) 1 밖은 기나긴 패연(沛然)의 소리를 전달(傳達)하는 창(窓)의 밤입니다. 내 안에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그런 세월(歲月)의 수억(數億)의 밤이 겉으로만 흘렀던 저 심원(深源)한 강물의 기다림 같은, .. 작고 시인의 시 2016.07.21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1915~2000, 85세)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 작고 시인의 시 2016.07.08
김관식_시공을 초월한 민족정서의 (발췌)/ 접동새 : 김소월 접동새 김소월(1902~1934, 32세)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 작고 시인의 시 201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