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에/ 김행숙 1년 후에 김행숙 지구가 돌아왔으므로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그렇다면 좋겠어 나는 최초의 인간들이 떨면서 기다리던 봄처럼 1년 후에 또 시작하고 싶어 반복하고 그렇지��� 네게 욕하지 않을 거야 식물을 기르고 분갈이를 해 줄 거야 죽이지 않을 거야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화분의 둘레를 알아?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04
철원에서/ 신원철 철원에서 신원철 300년 전 내 조상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동송리 철의 삼각지대 지금은 백골부대, 몇 년 전부터 족보의 산소를 찾아 샅샅이 뒤졌다 이 동네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조 씨 노인 허허 웃으며 “여긴 작전지역이요, 군인들 맘대로라오” “묘를 파내서 포대도 설치하고 변소..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03
닭발/ 신원철 닭발 신원철 화창한 3원 초순, 산길 올라가는 발길들이 몹시 분주합니다 젊은네 늙은네 부지런히 걷는 길옆, 포장마차 넓적한 쇠접시 위엔 닭발이 수북이 쌓여 있었지요 생전에 저 발로 먹이를 찾아 얼마나 부지런히 뛰어다녔을까요? 사람들 옆도 돌아보지 않고 산길을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렇게 한눈..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03
잠 속의 잠/ 정선 잠 속의 잠 정선 한밤중 브레이크 밟는 소리에 몸의 깊숙한 곳이 패였다 내 잠도 한 방울씩 샜다 티브이는 행복한 오후를 저 혼자 노래하고 나는 죄수처럼 질질 끌고 다니던 잠을 게워낸다 게으른 하품 속으로 햇살들이 시옷자로 부서진다 어제 중요했던 일이 오늘은 시시해져 길가 은행나무들의 대화..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1.28
태양과 입술의 부적절한 관계/ 정선 태양과 입술의 부적절한 관계 정선 태양을 품은 반도에서 태어난 남자가 있었다 둥근 지붕에도 낡은 석벽에도 갈라진 나뭇잎에도 뜨거운 기운과 하얀 빛이 뛰놀았다 어렸을 적 그의 입술은 얇았다 태양으로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그는 튼실한 태양의 모종을 골라 바닷바람과 입김으로 키 웠다 태양은..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1.28
소나무 아래 너를 묻고/ 최춘희 소나무 아래 너를 묻고 최춘희 49재 끝난 뒤 망자의 유품을 불 속에 던져 넣었다 목에 걸었던 순금 목걸이와 옷가지, 맨발로 가지 말 라고 신발도 태웠다 이 땅에 살았던 모든 흔적 지우고 혼자서 가는 하늘 길 환하게 웃으며 가라고 피멍든 울음도 꾹꾹 눌러 삼켰다 수없이 엎드려 절하고 빌었다 살과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1.27
정오의 배웅/ 최춘희 정오의 배웅 최춘희 무릎 꿇고 허리 굽혀 납신납신 절을 하는 유월의 푸른 숲길 당신이 가고 있다 어금니 꽉 깨물고 서 있는 내게 이제 그만 들어가라 손짓하며 홀연히 발걸음 돌려세워 환한 웃음 입가에 번져 간다 풀숲 아래 뱀딸기 멍울멍울 익어가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 잠시 숨을 멈춘 절정의 시간..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1.27
상형문자 풀이/ 오승근 상형문자 풀이 오승근 용무늬의 음각이 꿈틀거리고 있는 도장 하나 계단 위에서 떼구르르 굴러 떨어졌단다 천도재를 지내는 목탁소리였던가 하늘과 땅의 경계를 막 그어 놓은 두 줄의 빨간 선 잉크가 채 마르지 않았단다 두 줄 사이에서 혼령은,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있으리라 혈흔 같은 인주가 세..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1.26
집에 대하여/ 오승근 집에 대하여 오승근 마당에 김장독 몇 개 파묻는다기에 음지를 골라 땅을 파기 시작했다 벌써 동장군이 칼을 차고 있어 삽날과 몇 번 부딪히기도 했지만 땅을 파면서 고의 아니게 남의 집 몇 채를 부숴버렸다 땅 속에 많은 집들이 있을 줄이야 깊이 팔수록 더 많이 부서지는 지렁이 ��� 반 토막 남..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1.26
마흔다섯에 외2편/ 권정우 마흔다섯에 권정우 서리 내린 빈 논 비오리들에게는 따뜻한 밥상이다 낟알을 남김없이 거두지 않은 농부에게 고마워하며 늦은 아침을 먹고 있다 악착같이 살지 않기로 했다 -전문- ----------------- 자전거를 타면서 고마워한 것들 2 권정우 사고로 부러�� 뼈가 아물기도 전에 언 길에서 자빠졌다 까불..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