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소나무 아래 너를 묻고/ 최춘희

검지 정숙자 2010. 11. 27. 00:31

 

   소나무 아래 너를 묻고


    최춘희



  49재 끝난 뒤 망자의 유품을 불 속에 던져 넣었다

  목에 걸었던 순금 목걸이와 옷가지, 맨발로 가지 말

라고

  신발도 태웠다

  이 땅에 살았던 모든 흔적 지우고

  혼자서 가는 하늘 길 환하게 웃으며 가라고

  피멍든 울음도 꾹꾹 눌러 삼켰다

  수없이 엎드려 절하고 빌었다


  살과 뼈 대신 남은 가루 한 줌

  바람에 흩어 버리면 어디로 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떠난 너는

  어느 낯선 곳에서 길을 묻다가

  때때로 꿈길을 걸어 안부를 전해 오겠지


  자꾸 발을 헛디디면서 검은 산그늘 밑

  푸른 소나무 아래 너를 묻고

  오늘도 나는

  비탈진 생의 황톳길 내려오고 있다



  *시집『시간 여행자』에서/ 2010.10.25 <도서출판 황금알>발행

  *최춘희/ 경남 마산 출생, 1990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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