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아래 너를 묻고
최춘희
49재 끝난 뒤 망자의 유품을 불 속에 던져 넣었다
목에 걸었던 순금 목걸이와 옷가지, 맨발로 가지 말
라고
신발도 태웠다
이 땅에 살았던 모든 흔적 지우고
혼자서 가는 하늘 길 환하게 웃으며 가라고
피멍든 울음도 꾹꾹 눌러 삼켰다
수없이 엎드려 절하고 빌었다
살과 뼈 대신 남은 가루 한 줌
바람에 흩어 버리면 어디로 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떠난 너는
어느 낯선 곳에서 길을 묻다가
때때로 꿈길을 걸어 안부를 전해 오겠지
자꾸 발을 헛디디면서 검은 산그늘 밑
푸른 소나무 아래 너를 묻고
오늘도 나는
비탈진 생의 황톳길 내려오고 있다
*시집『시간 여행자』에서/ 2010.10.25 <도서출판 황금알>발행
*최춘희/ 경남 마산 출생, 1990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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