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에
김행숙
지구가 돌아왔으므로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그렇다면 좋겠어
나는 최초의 인간들이 떨면서 기다리던 봄처럼
1년 후에
또 시작하고 싶어
반복하고
그렇지만 네게 욕하지 않을 거야
식물을 기르고
분갈이를 해 줄 거야
죽이지 않을 거야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화분의 둘레를 알아?
네 질문은 언제나 난센스 퀴즈 같다
공원에 가자
산책로의 끝에서 내가 상상한 답을 들려줄게
같이 웃자
시장에 같이 가자
반복하고
반복해
1년 후에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지구를 또 비추는 햇빛은
또 찡그리는 너의 이마 위에도
그렇지만 나는 웃으며
꽁치 한 마리를 네 눈앞에서 시계추처럼 흔들지
그렇지만 너는
1년 후에는 외국에 공부하러 갈 거라고 말하지
*시집『타인의 의미』에서/ 2010.11.11 (주)민음사 펴냄
*김행숙/ 서울 출생, 1999년『현대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