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1년 후에/ 김행숙

검지 정숙자 2010. 12. 4. 00:16

 

   1년 후에


    김행숙



  지구가 돌아왔으므로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그렇다면 좋겠어

  나는 최초의 인간들이 떨면서 기다리던 봄처럼


  1년 후에

  또 시작하고 싶어

  반복하고

  그렇지만 네게 욕하지 않을 거야

  식물을 기르고

  분갈이를 해 줄 거야

  죽이지 않을 거야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화분의 둘레를 알아?

  네 질문은 언제나 난센스 퀴즈 같다

  공원에 가자

  산책로의 끝에서 내가 상상한 답을 들려줄게

  같이 웃자

  시장에 같이 가자

  반복하고

  반복해

  1년 후에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지구를 또 비추는 햇빛은

  또 찡그리는 너의 이마 위에도


  그렇지만 나는 웃으며

  꽁치 한 마리를 네 눈앞에서 시계추처럼 흔들지

  그렇지만 너는

  1년 후에는 외국에 공부하러 갈 거라고 말하지



  *시집『타인의 의미』에서/ 2010.11.11 (주)민음사 펴냄

  *김행숙/ 서울 출생, 1999년『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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