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마흔다섯에 외2편/ 권정우

검지 정숙자 2010. 11. 14. 00:14

 

 

 

   마흔다섯에


    권정우



  서리 내린 빈 논


  비오리들에게는

  따뜻한 밥상이다


  낟알을 남김없이 거두지 않은

  농부에게 고마워하며

  늦은 아침을 먹고 있다


  악착같이 살지 않기로 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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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타면서 고마워한 것들 2


    권정우



  사고로 부러진 뼈가 아물기도 전에


  언 길에서 자빠졌다


  까불지 말아야겠다


  까불지 말고 살아야겠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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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다는 것


    권정우



  소년원 담장 옆에


  깨진 소주병


  소주병도 버려지니


  아무한테나 날을 세우는구나

  -전문-



  *시집 『허공에 지은 집』에서/ 2010.10.29 <도서출판 애지>펴냄

  *권정우/ 서울 출생, 1993년《문학사상》으로 평론가 등단

                    2005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시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