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닭발/ 신원철

검지 정숙자 2010. 12. 3. 01:49

 

     닭발


     신원철



   화창한 3원 초순, 산길 올라가는 발길들이 몹시 분주합니다 젊은네 늙은네 부지런히 걷는 길옆, 포장마차 넓적한 쇠접시 위엔 닭발이 수북이 쌓여 있었지요 생전에 저 발로 먹이를 찾아 얼마나 부지런히 뛰어다녔을까요? 사람들 옆도 돌아보지 않고 산길을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렇게 한눈을 팔지 말아야 앞서가는 거지요 아직 앙상해 보이지만 나무껍질 속에 싱싱한 생명이 흐르고, 계곡 얼음장 아래는 송사리들이 웅크리고 있을 터인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네요 머리 위엔 나뭇가지들이 조용히 휘청이고 발 아래 흙이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고 있습니다만, 지천명을 넘긴 동행들 앞만 보고 산길을 오릅니다 다릿심이 빡세야 오래 사는 겨! 닭발 무더기 뒤의 아줌마 말없이 훈계하고 있습니다 닭발처럼 튼튼하게 뛰어댕겨 봐!



   *시집『노천 탁자의 기억』에서/ 2010.9.10 서정시학 펴냄

   *신원철/ 경북 상주 출생, 2003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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