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윤명규 베어져 스러지는 풀들을 보라 갈가리 찢긴 조각들이 하늘로 솟구친다 다른 풀들의 품 안에 떨어져 안기고 그들을 껴안은 풀들도 다가올 운명의 무게만큼 허리를 꺾는다 어린 멸치 숨결 같은 것들 결코 생을 구걸하는 법이 없구나 보리밥처럼 눌어붙은 울혈만이 소리 없는 비명을 털고 있다 이름 모를 들꽃과 개고사리, 나팔꽃들도 섞여 의연히 죽음의 칼날을 기다린다 목을 쑥 뽑아 잘리면서도 풋풋한 풋내를 뿌리며 감싸듯 받아주고 그도 스러지고 우는 듯 웃는 듯 몸 조각을 나부끼는 죽어도 죽지 않는 저 이름들 고사리 손 잘라지고 나팔수 사라지면 그 누가 나팔 불어 새벽을 일으킬까 -전문(p. 80-81) ---------------* 군산시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