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문화빈
나는
막내로 태어나 귀염을 받았다
그러나 심심함이 부록처럼 따라다녔다
텅 빈 마당에서
지나가는 개미를 건드려 보다가
소쿠리를 뒤집어쓰고
누렁이에게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화 신은 딱정벌레 이야기
그때 눈을 끔뻑이며 내 말을 듣던 누렁이는
우리 집 가난을 혹처럼, 달고 다니다가
별이 되었다
가난을 얼기설기 꿰매서 입는 우리 집을 탈출한 것이다
손 있는 날이었다
그날 밤에도 나는
누렁이가 UFO를 타고 떠났다는 생각을 지었다
이제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그것이 제일 걱정되는 밤이었다
-전문(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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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신작시 >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문화빈/ 202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파이(π) 3.14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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