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모자/ 문화빈

검지 정숙자 2024. 7. 26. 02:01

 

    모자

 

    문화빈

 

 

  나는

  막내로 태어나 귀염을 받았다

  그러나 심심함이 부록처럼 따라다녔다

 

  텅 빈 마당에서

  지나가는 개미를 건드려 보다가

  소쿠리를 뒤집어쓰고

  누렁이에게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화 신은 딱정벌레 이야기

 

  그때 눈을 끔뻑이며 내 말을 듣던 누렁이는

  우리 집 가난을 혹처럼, 달고 다니다가

  별이 되었다

 

  가난을 얼기설기 꿰매서 입는 우리 집을 탈출한 것이다

  손 있는 날이었다

  그날 밤에도 나는

  누렁이가 UFO를 타고 떠났다는 생각을 지었다

 

  이제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그것이 제일 걱정되는 밤이었다

      -전문(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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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신작시 >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문화빈/ 202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파이(π) 3.14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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