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속의 시

이정현_평론집『60년대 시인 깊이 읽기』/ 점멸- 심우도 : 박제천

검지 정숙자 2023. 3. 3. 02:37

 

    점멸    심우도

 

    박제천

 

 

  오늘밤 별 하나 이 땅으로 달려오는 걸 보았다 몇 광년의 길을 혼자서 달려온 별, 그리고는 다 불붙어 타버린 운석 하나로 이 땅에 살기로 한 별, 별들도 더이상 참을 수 없기에 온몸에 불이 붙더라도 그리운 사람을 찾아오는 것이다 개똥밭에 참외로 뒹굴더라도 이승으로 건너오는 것이다 불이 붙어 다 타버린 영혼은 얼마나 끔찍한가 그러나 장자 식으로 말하자면 돌이 된 별은 1억년이 걸리더라도 제 짝만 찾으면 다시 별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이다 붕새가 물고기였다가 새가 되어 북명에서 남명으로 옮기듯 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오늘밤 저 별이 하염없이 달려오며 보여주는 점멸의 불빛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전문-

 

 방산芳山 박제천 선생님을 만나다/ 1966년 『현대문학』 등단(발췌)_ 이정현/ 시인 · 수필가 · 평론가

     선생님 『주부생활』을 시작으로 직장을 20곳이나 옮겨 다니고, 나중에는 문예진흥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는데 그래서일까요, 선생님은 지금도 잡지 편집이라든지 책 만드는 일을 손수 하실 만큼 컴퓨터를 잘 하시잖아요. 그뿐 아니라 늘 생각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군 제대를 하고 집에 오니 집안이 기울어져 있었어요. 누이의 집 다락방에 몸을 뉘고, 신문을 보다가 '졸업 예정자'란 활자가 눈에 띄었어요. 그래서 들어간 첫 직장이 '주부생활'이었죠. 그후 여러 출판사를 전전하다가 문예진흥원에 들어갔어요. 저는 일하는 중에는 내가 시인인 줄 안 사람이 별로 없을 만큼, 문학과 직장의 선을 분명히 했어요. 예술 특히 시 쓰는 일을 특권처럼 내세우는 거를 싫어해요. 일할 때도 철저하리만큼 완벽하게 하려고 했어요. 시라는 것은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감탄 짓게 하는 훈장이 아니라고 봐요. 오직 스스로 삶을 달구어 불물로 녹인 끝에 엊어내는 한 조각의 사리舍利라 생각해요. 그것이 비록 식은 다음에 조야한 쇠붙이 조각으로 남아도, 다른 이의 순금과는 결코 바꿀 수 없는 그만의 정신精神, 그것이 바로 詩라 생각해요." (p. 시 170/ 론 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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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 평론집 60년대 詩人 깊이 읽기에서 / 2022. 12. 24. <문학아카데미> 펴냄

  * 이정현/ 강원 횡성 출생, 2007년『수필춘추』로 수필 부문 & 2016년『계간문예』로 시 부문 & 2022년『시와편견』으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살아가는 즐거움』『춤명상』『풀다』, 시선집『라캉의 여자』, 산문집『내 안에 숨겨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