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동 대기자 차원이동 대기자 정숙자 일단 뛴다 빠듯한 약속 왕왕 뛴다 붉은 신호등 아래 괜히 뛰었네, 하지 않는다 뛴 보람이야, 숨 고른다 머리도 희었는데 왜 뛰느냐? 머리가 희었는데 왜 안 뛰겠느냐? 시한이 좁혀질수록 응당 뛴다 죽음이 켜진 다음엔 짐짓 뛸 틈도 없다 *『시와 경계』2011-..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2.01.12
휘청거리는 강 휘청거리는 강 정숙자 어디선가 뭔가 깨지는 소리가 튄다 인생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죠 아무리 애써 살아도 제멋대로 꼬이고 말죠 그래도 우린 새파랗게 끌어야 하죠 ‘끊임없이’와 ‘뜨겁게’와 ‘매순간’과 싸워야 하죠 인생은 그뿐이죠 인생은 그뿐 이죠 캔서4기 어..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12.20
아방가르드와 어벙가르드 아방가르드와 어벙가르드 정숙자 국가엔 아방가르드와 어벙가르드가 엉킵니다 그 중간, 그 외 계층도 물결치지만 그 모두로써 한 '세계'가 굴러가지요 저는 평소 아방가르드에게 고마움을 틉니다 아방가르드는 최전방 정예부대거든요 그들에 의해 안보는 물론 영토 확장도 가능..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12.11
슬픔의 횡포 슬픔의 횡포 정숙자 순환선의 하역 여러 번 봤다 그럼에도 익숙지 않다 (시계만이 싱싱하군) 실시간 밖에 잠복했던 생각들이 내 좌초를 구경한다 생각들을 밀어내지 못하는 생각이 바닥으로-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다. 본인의 상황임에도 큭! 결코 흥미롭지 않다. 젖는다 젖었다 완..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11.13
食葬 食葬 정숙자 공동묘지 무섭다 마라 우리네 뱃속은 그보다 서늘한 협곡이니 척추를 깔고 잠드는 짐승 어디 있는가 새는 앉아서, 말은 서서, 개 고양이 나비조차 꼬부리거나 매달려 잔다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 잠정적으로 달리는 것이다 천적 말고도 온갖 목숨 들이킨 인간만..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11.13
많은팔신호등 많은팔신호등 정숙자 얘들아, 이제 곧 겨울이란다 은행나무 온몸에 노란불이 켜졌습니다 머잖아 발 시린 해가 빨간 신호로 바뀔 거란다 눈보라 몰아칠 밤을 헤아려 황금빛은행나무는 잘 여문 은행알들을 아낌없이 뿌려줍니다 앞산뒷산 바라다보면… 손톱발톱 깨물다보면… 얘들아, 이제 곧 꽃봄이란..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10.18
수정궁 수정궁 정숙자 우리 뭘 하고 놀까? 사람들은 정말 불쌍해. 일을 해야만 살 수 있 잖아. 우린 일할 필요가 없어. 그러니까 손발도 없는 거야. 반짝반 짝 몰려다니며 뿜빰빠 하면 되고 바다도 넓어. 병들기 전에 큰 고 기가 삼켜주니까 죽는 것도 쉽지. 그리고 또 죽은 다음엔 우리를 꿀꺽해준 고기에게 영..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09.26
아이콘 함수 아이콘 함수 정숙자 인내력을 시험하는 시집이 (간혹) 있다 꾸 역 꾸 역 활자가 독자를 읽는다 왜 이런 테스트-텍스트가 필요했을까 시집은 한때 순수와 미학을 짜는 베틀이기도 했다 페이지-페이지 하늘, 바람, 별 생명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 무렵엔 구름판도 웬만큼 투명했었지 그러나 이제 시집은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08.06
임바밍(Embalming)* 임바밍(Embalming)* 정숙자 스스로 일으키지 않으면 아무도 세워줄 수 없는 그, 의욕 안에서 스스로 타오르지 않으면 어디서도 꾸어올 수 없는 그, 의지 쪽에서 설핏 어둠을 떨쳐 암암리 순간순간 타깃이 되기도 하는 그, 의의 앞에서 선전포고 없이도 전쟁은 벌어진다. 변증법에 의해 (늘) 세 날 칼이 번뜩..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04.13
나비홀릭(butterfly holic) 나비홀릭(butterfly holic) 정숙자 손톱나비 버려지는 전단지나 신문, 잡지 등에서 나비를 오려내는 수공이 오늘도 이어진다. 그건 나비에 대한 애정이며 종이에 대한 우정이며 나 자신에 대한 신의이다. 살아 숨 쉬는 나비를 채집하고 표본을 만드는 행위는 나비사랑이 아니라 신성모독일 것이다. 나비야..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1.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