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궁
정숙자
우리 뭘 하고 놀까? 사람들은 정말 불쌍해. 일을 해야만 살 수 있
잖아. 우린 일할 필요가 없어. 그러니까 손발도 없는 거야. 반짝반
짝 몰려다니며 뿜빰빠 하면 되고 바다도 넓어. 병들기 전에 큰 고
기가 삼켜주니까 죽는 것도 쉽지. 그리고 또 죽은 다음엔 우리를
꿀꺽해준 고기에게 영양분이 되니까, -그야말로 우리는 사후에도
쓰레기가 아니지. 우린 진짜 축복받은 존재야. 이름도 정어리(正․
魚․理)잖아. 사람들은 우릴 먹지만 우리의 행복에 대해선 모를 거
야. 우리만큼 행복하지도 않을 거야. 왜냐고? 사람들은 생활에 쫓
기니까. ‘삶’말고는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으니까. 우린 가끔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돼. 그들이 이 세상 거지반의 동물을 잡아먹
는 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정어리! 正․魚․理! 난 정어리로
태어난 게 참말 좋아. 정어리로 살다가 정어리로 죽을 수도 있다
니! 야호~ 저기 저 산호 숲의 햇빛을 좀 봐. 우리 뭘 하고 놀까? 숨
바꼭질할까?
*『주변인과 詩』초대시/ 201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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