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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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정숙자 2011. 8. 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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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숙자

                                                                                                               


  인내력을 시험하는 시집이 (간혹) 있다

  꾸 역 꾸 역 활자가 독자를 읽는다

  왜 이런 테스트-텍스트가 필요했을까

  시집은 한때 순수와 미학을 짜는 베틀이기도 했다

  페이지-페이지 하늘, 바람, 별

  생명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 무렵엔 구름판도 웬만큼 투명했었지

  그러나 이제 시집은 (간혹) 독자 앞에 강물을 지른다

  독자 역시 (간혹) 뭉툭하거나 무심하다

  기필코 건너가 보려들지 않는다

  에잇, 표지를 덮고 몇 걸음 달아나다가

  흔들-GO

  다시 읽는다

  집요한 수사들!

  열중쉬엇 자세로 요새를 사수한다

  요즘엔 이런 시집만 끝까지 읽어도 도가 통한다

  도통 뭐가 뭔지 알 수 없어도 어렴풋 도통한다

  입산할 필요도 없다

  관세음보시(觀世音菩詩), 행간에 도가 있다 

 

     

  * 문학 무크『시에티카』2011 하반기-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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