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함수
정숙자
인내력을 시험하는 시집이 (간혹) 있다
꾸 역 꾸 역 활자가 독자를 읽는다
왜 이런 테스트-텍스트가 필요했을까
시집은 한때 순수와 미학을 짜는 베틀이기도 했다
페이지-페이지 하늘, 바람, 별
생명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 무렵엔 구름판도 웬만큼 투명했었지
그러나 이제 시집은 (간혹) 독자 앞에 강물을 지른다
독자 역시 (간혹) 뭉툭하거나 무심하다
기필코 건너가 보려들지 않는다
에잇, 표지를 덮고 몇 걸음 달아나다가
흔들-GO
다시 읽는다
집요한 수사들!
열중쉬엇 자세로 요새를 사수한다
요즘엔 이런 시집만 끝까지 읽어도 도가 통한다
도통 뭐가 뭔지 알 수 없어도 어렴풋 도통한다
입산할 필요도 없다
관세음보시(觀世音菩詩), 행간에 도가 있다
* 문학 무크『시에티카』2011 하반기-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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