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플레이 폐허 플레이 정숙자 그 돌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었다 그 큰 돌이 어떻게 항상 내 시야(視野)에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해와 달과 어머니… 피라미드와 큐브… 때론 성자와 짐승의 골격이기도 했다 나는 그 때문에 운 적 있지만 그로인해 시든 적 없다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9.11
추방당한 시민들 추방당한 시민들 정숙자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1인 ∴ 죽을 때까지 싱싱한 2인 알아주는 이 없어도 행복한 3인 천만년 낡은 옷 입어도 행복한 4인 고독이 덧나고 덧나 딱지가 굳어도 행복한 광인 한밤에도 나팔꽃 덩굴 하늘로~ 하늘로~ 밀어 올리며 가장 먼 사유……의 골짜기에 파묻힌 철..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9.07
힉스입자 힉스입자 정숙자 조용하다. 어디선가 전화가 오다가 끊어진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없다. 기다리는 소식 도 오지 않는다. 햇빛은 밝고 시간은 지나간다. 아직은 모기도 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다. 하여 태초다. 태초는 빙하기 백악기를 소급한 저쪽이 아니라, 바로 이런 고요인 것..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7.12
봄은 끈이로되 봄은 끈이로되 정숙자 메마른 땅과 바람의 중간에서 들쑥날쑥 어두운 태양 번갯불 몹시 튀어 짓찢기고 타더라도 뭣 하나 떨어뜨림 버림도 없는, 창공은 장마철 몇 억 겁을 긋고 다듬어 저 품이 되었을까? 어느 먼 곳에 눈을 묻고 걸었기에 햇빛 나른한 보도블록 위 목숨 줄 풀었는지 지렁..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7.12
울려 퍼지는 등불 <들소리신문 창간 36주년 기념축시> 울려 퍼지는 등불 정숙자 세상은 점점 환해집니다 몰랐던 것들이 밝혀집니다 없었던 것들이 자꾸 생겨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그럴수록 골목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알 수 없는 일들이 불어납니다 머나먼 창세기를 다시 또 열어봅니다 태초..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5.09
오른쪽 액자 오른쪽 액자 정숙자 텅 빈 능선의 나무 한 그루 어떻게 저리 걸어갔을까 아무 것도 아무도 없이 어떻게 저 멀리 정착했을까 이어지고 흩어지고 물결치는 길들을 떠나 다만 저기 저리 멈추어 어떻게 오랜 세월 견뎌냈을까 허공(虛空)뿐인 능선에 묻은 결론이 애달픈 결심은 아니었을까 나..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1.14
내일이 가득한 얼굴 내일이 가득한 얼굴 정숙자 갈비뼈 사이에서 귀뚜라미가 울었다. 긴 레이저 칼이 번번이 내 머리를 두 동강냈다. 그때마다 두 동강난 머리를 본래대로 맞추려 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상은 잘 복원되지 않았다. 왜 이런 형을 살아야 하나? 언제 어떻게 채워진 족쇄인가?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1.09
어제가 가득한 얼굴 어제가 가득한 얼굴 정숙자 갈비뼈 사이에서 귀뚜라미가 울었다. 긴 레이저 칼이 번번이 내 머리를 두 동강냈다. 그때마다 두 동강난 머리를 본래대로 맞추려 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상은 잘 복원되지 않았다. 왜 이런 형을 살아야 하나? 언제 어떻게 채워진 족쇄인가?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1.09
연재소설, 밑변 연재소설, 밑변 정숙자 벚나무에 잔뜩 맺힌 몰입들 ‘집중력이야말로 폭발력’이라고 ‘집중하지 않고는 터트릴 수 없다’고 초/중/종장 장전한 꽃가지들이 온 힘으로 때를 맞춘다 더 이상의 방향 없으리라는 비보, 도둑고양이 울음에 섞여들던 밤 벚나무 밑 영산홍 영산홍 밑 수선화 수..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2.09.23
나비, 연쇄구도 나비, 연쇄구도* 정숙자 모든 선은 출발한다 모든 선은 출발할 때 각도를 잡는다 모든 선은 잡은 각도에 따라 일생을 그려나간다 각각의 선은 (간혹) 직선이다, 그것이 각각의 선은 (나름) 직선이다, 문제다 출발지점 저마다 다를지라도 제각기 다른 각도이므로 부딪힌(힐 수 있)다 결국 교..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