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食葬

검지 정숙자 2011. 11. 13. 23:13

   食葬

 

   정숙자

 

 

  공동묘지 무섭다 마라

  우리네 뱃속은

  그보다 서늘한 협곡이니

 

  척추를 깔고 잠드는 짐승 어디 있는가

  새는 앉아서, 말은 서서, 개 고양이 나비조차 꼬부리거나 매달려 잔다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 잠정적으로 달리는 것이다

  천적 말고도 온갖 목숨 들이킨 인간만이

  큰大字로 뻐드러져 염치없는 배를 하늘에 들이댄다

  바람이라도 지나가다 깨울라치면 뿌리치고 돌아누워 더 깊은 잠을 탐

한다

 

  몇 굽이 창자 안에 그리 무안한 저주파가 흐르다니!

 

  무덤 하나마다 복부가 하나

  복부 하나마다 무덤이 즐비

  형형색색 뱃속에선 해체된 주검들이

  삶에서 삶으로 또 다른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끊임없이 육탈-소화-복제된다

 

  걸어 다니는 무덤들, 뒤집어진 아침들, 미욱한 입구字들

 

  ‘인간은 소우주다’ 누가 말했나?

  그보다 몽롱할 수 없는 팻말을 도대체 누가

  허무한 밥그릇 위로 날려 보냈나?

 

  *『애지』2011-겨울호, <애지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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