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葬
정숙자
공동묘지 무섭다 마라
우리네 뱃속은
그보다 서늘한 협곡이니
척추를 깔고 잠드는 짐승 어디 있는가
새는 앉아서, 말은 서서, 개 고양이 나비조차 꼬부리거나 매달려 잔다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 잠정적으로 달리는 것이다
천적 말고도 온갖 목숨 들이킨 인간만이
큰大字로 뻐드러져 염치없는 배를 하늘에 들이댄다
바람이라도 지나가다 깨울라치면 뿌리치고 돌아누워 더 깊은 잠을 탐
한다
몇 굽이 창자 안에 그리 무안한 저주파가 흐르다니!
무덤 하나마다 복부가 하나
복부 하나마다 무덤이 즐비
형형색색 뱃속에선 해체된 주검들이
삶에서 삶으로 또 다른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끊임없이 육탈-소화-복제된다
걸어 다니는 무덤들, 뒤집어진 아침들, 미욱한 입구字들
‘인간은 소우주다’ 누가 말했나?
그보다 몽롱할 수 없는 팻말을 도대체 누가
허무한 밥그릇 위로 날려 보냈나?
*『애지』2011-겨울호, <애지 초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