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연재소설, 밑변

검지 정숙자 2012. 9. 23. 00:46

 

 

     연재소설, 밑변

 

       정숙자

 

 

  벚나무에 잔뜩 맺힌 몰입들

  ‘집중력이야말로 폭발력’이라고

  ‘집중하지 않고는 터트릴 수 없다’고 초/중/종장

  장전한 꽃가지들이 온 힘으로 때를 맞춘다

 

  더 이상의 방향 없으리라는 비보, 도둑고양이 울음에 섞여들던 밤

 

  벚나무 밑 영산홍

  영산홍 밑 수선화

  수선화 및 꼴뚜기

 

  그들 모두 비상구 없는 발부리에 눈을 묻은 채 묵고, 또 묻혔지만

 

  개구리 깨자마자 다시 총집중

  도입/전개/절정에 이르기까지

             토씨 한 잎도 저울에 단다

 

  백을 피우면 백 송이가 날아가고, 열을 쌓으면 아홉이 꺾일지라도

 

  벚나무 밑 영산홍

  영산홍 밑 수선화

  수선화 및 꼴뚜기

 

  ‘그렇지만’이라는 만(灣)에 기대어 저마다 개성 짙은 문장을 몰며

 

  도화선에 착오 없도록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 변함없도록

  저지대, 단 며칠이라도 쩌렁하도록

  동시다발성 폭발을 향해 점 점 점 집중력 팽창

  (다음 봄에 계속)

                                            

 

   *『예술가』2012-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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