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밑변
정숙자
벚나무에 잔뜩 맺힌 몰입들
‘집중력이야말로 폭발력’이라고
‘집중하지 않고는 터트릴 수 없다’고 초/중/종장
장전한 꽃가지들이 온 힘으로 때를 맞춘다
더 이상의 방향 없으리라는 비보, 도둑고양이 울음에 섞여들던 밤
벚나무 밑 영산홍
영산홍 밑 수선화
수선화 및 꼴뚜기
그들 모두 비상구 없는 발부리에 눈을 묻은 채 묵고, 또 묻혔지만
개구리 깨자마자 다시 총집중
도입/전개/절정에 이르기까지
토씨 한 잎도 저울에 단다
백을 피우면 백 송이가 날아가고, 열을 쌓으면 아홉이 꺾일지라도
벚나무 밑 영산홍
영산홍 밑 수선화
수선화 및 꼴뚜기
‘그렇지만’이라는 만(灣)에 기대어 저마다 개성 짙은 문장을 몰며
도화선에 착오 없도록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 변함없도록
저지대, 단 며칠이라도 쩌렁하도록
동시다발성 폭발을 향해 점 점 점 집중력 팽창
(다음 봄에 계속)
*『예술가』2012-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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