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연쇄구도*
정숙자
모든 선은 출발한다
모든 선은 출발할 때 각도를 잡는다
모든 선은 잡은 각도에 따라 일생을 그려나간다
각각의 선은 (간혹) 직선이다, 그것이
각각의 선은 (나름) 직선이다, 문제다
출발지점 저마다 다를지라도
제각기 다른 각도이므로
부딪힌(힐 수 있)다
결국 교차된
선과 선의 각거리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관계 회복 대개 불가// 충돌 모르는 평행
선들은 우연의 발탁일 수밖에 없다
오늘을 지나는 모든 선들은 단지 시공의 동행일 따름
게릴라성 고뇌-정면 돌파하는 선과 선 사이-무한대까지 겹쳐지는
선과 선 사이-혼돈의 나비가 난다. “나비는 직선 비행을 하지 않는
다.”** 선분A-B는 수많은 선분A-B가 살고 간 선분. 밑변으로 높이
로 꼭짓점으로 명멸하는 선분C-D, E-F 외
모든 선은 이탈한다
모든 선은 이탈할 때 체온을 드러낸다
모든 선은 제 각도에 따라 외계로까지 튕겨나간다
*/** 신범순『노래의 상상계』14쪽. (2011.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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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2012-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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