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오른쪽 액자

검지 정숙자 2013. 1. 14. 01:25

 

 

    오른쪽 액자

 

      정숙자

 

 

  텅 빈 능선의 나무 한 그루 어떻게 저리 걸어갔을까

  아무 것도 아무도 없이

  어떻게 저 멀리

  정착했을까

  이어지고 흩어지고 물결치는 길들을 떠나

  다만 저기 저리 멈추어

  어떻게 오랜 세월

  견뎌냈을까

  허공(虛空)뿐인 능선에 묻은 결론이 애달픈 결심은 아니었을까

  나무가 나무를 넘어

  푸른 바위가 되도록까지

  무슨 생각을 건지고 또 무슨 생각을 내버리며

  몇 백 년을 자신을 향해

  나아갔을까

  뇌성벽력 이어지는 밤

  함박눈 내리고 내리고 내리고 내려

  한 발자국 내디딜 틈도 없을 때

  저 바위 속 너른 품속에

  얼마나 많은 새들이 별들이 쉬어갔을까

  길짐승이며 곤충들 눈 큰 태풍 또한 잠들었을까

 

  *『서시』2012-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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