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플레이
정숙자
그 돌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었다
그 큰 돌이 어떻게 항상 내 시야(視野)에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해와 달과 어머니…
피라미드와 큐브…
때론 성자와 짐승의 골격이기도 했다
나는 그 때문에 운 적 있지만
그로인해 시든 적 없다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출렁출렁 고비조차 구름판으로 틀어
버리며
<점점 <확고히 <결국 수호신으로까지 밀어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 돌이 깨졌다
왠지 스산하고 휑한 기류가 한순간 소용돌이를 일으켰는데 그때
사자(死者)가 데려간 것은 아닐까
해 뜨는 길 끝없이 꼬여
태풍 불러 입고 (스스로) 돌아가 버린 것은 아닐까
당황과 공황이 수평선에 쌓인다
내가 과연 그 돌 없이 잘 늙어갈 수 있을까
삼백육십 도 후폭풍만이 그가 남긴 모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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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2013-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