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한계선
정숙자
바닥도 모처럼 하늘을 맛본다
파일 수밖에 없는 길바닥
얕음얕음 고인 빗물에 하늘이 담겼다
여기저기 떨어진 하늘
사뭇 맑고도 깊다
길-바닥이지만
차마 발 들이지 못한다
<혈육한계선> 그것만은 ‘아니다’ 에둘렀으나 오랜 바람이 잘려나간다. 한겨울이 거기 있었다. 해가-해가 겨우 뜬 해가, 하루-하루 밝아질수록 자-칼-자-칼 던지는 타인. 한 울타리 구근(球根)들이 어찌 날로 날카로운가.
슬픈 말조차 사라지는 문. 그림자 수북수북 흩어지는 벽. 휑한 그 지점이 바로 혈육한계선이다. “거리가 가장 가까운 별이라 해도 수 광년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 별들은 일찍이 그리하여 철의 어둠을 찢은 것이다.
숱한 매듭 하늘엔 걸렸으리라
간밤 빗소리는 그 얘기들이었을까
길-바닥에 별이 솟는다
낡은 늑골에도 하늘 담기면
붉은가슴울새 날아오를까
돌보다 차가운 봄/밤 깨질까
* 무크 『시안시인, 숲을 뒤에 두고』. 2014.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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