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혹은 2초 사이로 지나가는 태풍/ 정숙자 1초 혹은 2초 사이로 지나가는 태풍 정숙자 차근차근 토막낸다. 맨 먼저 심장을, 그리고 머리를, 손 발을, 시력과 목소리를 맥박이 서늘한 가슴에 묻는다. 이 땅에 들어박힐 해골 하나 추켜들고 느릿느릿 걷는다. 누군 가, 내가 잠든 사이 목 졸라줄 필요도 없다. 죽어 가는 나, 이미 죽어버..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2010.10.08
당산나무/ 손한옥 당산나무 손한옥 오빠의 젊음을 삶의 한 막 속으로 접은 뒷장에 나의 시 한 편 오빠의 등 뒤에 꽃등불로 밝힌다 늘 푸른 나무로 서 있는 큰오빠는 내 고향의 당산나무 세 아름 되는 당산나무가 있다 그 아래를 지나갈 때는 면장님도 온몸을 오므리고 발자국 소리를 죽였지만 서울 사는 큰오빠가 바퀴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07
가릉빈가/ 손한옥 가릉빈가 손한옥 어머니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오니 창 옆에 한 손으로 마지막 씻어놓고 간 신발이 있다 삭아서 더 말랑한 흰 고무신 한 켤레, 햇빛 속에서 얇은 양 날개가 팔랑거리고 있다 감자꽃이 피고 살구가 떨어지는 텃밭을 날던 어머니의 얇은 날개다 한 손으로 얼굴을 씻고 한 손으로 머리를..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