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가릉빈가/ 손한옥

검지 정숙자 2010. 10. 7. 01:13

   

    가릉빈가 


      손한옥



   어머니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오니 창 옆에 한 손으로 마지막 씻어놓고 간 신발이 있다 삭아서 더 말랑한 흰 고무신 한 켤레, 햇빛 속에서 얇은 양 날개가 팔랑거리고 있다 감자꽃이 피고 살구가 떨어지는 텃밭을 날던 어머니의 얇은 날개다 한 손으로 얼굴을 씻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고 뒤틀리는 다리를 쓸며 잠든 내 등을 흔들다가 다시 저린 다리로 돌아가던 어머니의 손들이 나팔꽃처럼 일어나 내 발목을 잡는다 뜨거운 날개다


   -어머니 이제 나를 밟고 날아오르세요


   절룩거리던 어머니 다리에 깃털이 돋는다 날개가 펄럭인다 푸른 보리밭을 차고 오른다 아 어머니, 붉은 새 한 마리 노을을 물고 하늘의 문을 열고 있다



   * 시집『직설적인, 아주 직설적인』에서/ 2010.9.20 (주)천년의시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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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한옥/ 경남 밀양 출생, 2002 『미네르바』로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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