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숙자 시인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정숙자 시인의 장남 정유빈 입니다. 어머님께서 어제 오후, 먼저 여행을 떠나신 아버님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시를 무엇보다 사랑하셨고, 인생의 전부인 것으로 여기시고 살아오셨던 어머님 이셨구요. 바쁘고 힘드신 와중에도 항상 블로그를 운영해 오시며, 방문하시는 분들이 있음에 행복해 하셨습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한 문학생활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블로그 소개 2024.12.10
낮달 외 1편/ 이주송 낮달 외 1편 이주송 저 방패연 누가 띄워 놓았나 바람 좋은 풀밭이 아닌 일월 강가 하늘에 콕, 하고 박혀 있다 방패연은 수면을 치고 날아올랐으리라 새들의 날갯짓을 흉내 내며 제 몸에 이어진 얼레를 능숙히 돌리는 작은 손을 생각했으리라 툭, 하고 끊어질 듯한데 저 방패연 곤두치지 않는다 구멍 난 심장에 들인 바람만 흘려 보낸다 그저 흔들리고 있는 것인데 나는 왜 멈췄다고 느낀 것일까 어머니는 세상 사는 일은 저 방패연을 날리는 것이라고, 그렇게 인연을 감고 풀어 가는 거라고 하였는데 얼레를 돌리는 아이는 지금 태양 반대편에 서 있을까 당당히 동쪽 하늘과 맞서고 있을까? 실빛 하나로 당신과 나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방패연은 가만히 있는데 층.. 시집에서 읽은 시 2024.12.09
식물성 피/ 이주송 식물성 피 이주송 버려진 차의 기름통에선 몇 리터의 은하수가 똑똑 새어 나왔다 빗물 고인 웅덩이로 흘러 들어가 한낮의 오로라를 풀어 놓았다 그러는 사이 플라타너스 잎들이 노후된 보닛을 대신하려는 듯 너푼너푼 떨어져 덮어 주었다 칡넝쿨은 바퀴를 바닥에 단단히 얽어매고 튼실한 혈관으로 땅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햇빛과 바람, 풀벌레와 별빛이 수시로 깨진 차창으로 드나들었다 고라니가 덤불을 헤쳐 놓으면 그 안에서 꽃의 시동이 부드럽게 걸렸다 저 차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식물성 공업사에 수리를 맡긴 것이다 그래서 소음과 매연과 과속으로 탁해진 그동안의 피를 은밀히 채혈하고 자연수리법으로 고치는 중이다 풀잎 머금은 이슬로 투석마저 끝마치면 아주 느린 속도로 뿌리가 생.. 시집에서 읽은 시 202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