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김추인 모래시계 김추인 한 생이 다른 생을 밀고 가는 세상이 있습니다 추락하면서 날아오르면서 거기 착지할 바닥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밀리어 끝까지 가보다 어느 지점에선가는 뛰어내려야 하는 모래의 시간이 있습니다 거꾸로 뒤집히면서 비로소 다시 뛰어내릴 수 있는 힘이 축적된다는 거 앞서거니 뒤..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05
담배꽁초/ 이명 담배꽁초 이 명 나는 언제나 축 처져있다. 실패가 인생의 이유라면 나는 아주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 담배같이 살고 있다. 내 머리는 벌겋게 타고 있다. 누군가 내 다리를 씹고 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타고 있는 머리를 만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려 하지만 누군가 물고 있어 그러지도 못하는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04
거미다/ 이 명 거미다 이명 거미다. 거미가 기어간다. 소리도 내지 않고 장판을 가로지른다. 거미다. 거미가 기어간다. 거미줄을 친다. 천장으로 올라가 거미줄을 친다. 나는 빠짐없이 바라보고 있다. 반투명한 거미줄 끝에 붙어 가만히 있다. 거미다. 거미가 다가온다. 거미가 나를 칭칭 동여맨다. 움직이지 못한다.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