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 정숙자 문인화 정숙자 버려진 꽃밭이 있다. 그늘져 있다. 버려진 꽃밭을 가꾸면 누구든 꽃밭의 주인이 된다. 꽃밭은 호미 하나로 충분하다. 꽃밭을 가꾸면 나비와 새소리와 고양이의 색조가 섞인다. 구름과 바람과 달과 쇠야기도 그 거미줄에 투명하게 구른 다. 하늘까지도 꽃밭 앞에서는 꽃을 ..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2010.10.06
모나리자는 듣지 못한다/ 정숙자 모나리자는 듣지 못한다 정숙자 모나리자의 액자 속에는 소리가 없다. 그녀의 배경은 어 둡다. 남들이 백(百)을 들을 때 삼사십을 듣는 모나리자는 늘상 그렇게 앉아 그렇게 웃을 수밖에 없다. 남들이 손뼉 칠 때 손뼉치고 일어설 때 일어선다. 모나리자는 봄비 소 리와 가랑잎 구르는 소..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2010.10.06
미래의 유적지를 보다/ 김추인 미래의 유적지를 보다 김추인 관절이 아프다 누가 내 뼈마디에 쿵쿵 곡괭이질을 해 대는지 구멍들 파 대는지 몸이 욱신욱신 말을 걸어오고 있다 저 사진을 보시죠- 열 손가락뼈 관절 마디마디가 잘 조형된 설치물처럼 단아하다 오른손 장지 두 번째 관절을 지적하며 담당의는 새삼스런 일은 아니란 듯..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