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위의 책/ 정숙자 의자 위의 책 정숙자 바람이 앉았던 의자에 슬픔이 앉는다 오래 거닌 슬픔을 위해 바람은 자리를 비킨다 슬픔은 내내 낮은 어깨를 하고 있다 낮은 어깨는 그러나 그늘을 입었을지라도 중심을 모아 푸른빛을 고른다 몇 방울 이슬이 쉬어갈 아침을 근심한다 눈물 아니다 슬픔의 방향은 앞..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2010.10.11
헐렁한 메모/ 정숙자 헐렁한 메모 정숙자 오늘도 나는 어둠을 보았다. 내가 있으므로 어둠이 있고, 내가 있으므로 사물이 있다. 일체의 어둠과 혼돈이 나로부 터 비롯된다. 어찌 밝지 않음을 탓할 것인가. 어둠에 갇혀 사유하고, 어둠을 걸러 정화되며, 어둠을 딛고 나아가는 도 리가 글 쓰는 이의 항거다. 어둠..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2010.10.11
바람의 빛/ 정숙자 바람의 빛 정숙자 길과 하늘 아침을 잃어버린다 절벽을 강을 들을 건너는 예기치 않은 침묵은 천문대가 모르는 또 하나 태풍의 시작 삶이라는 말보다도 더 붉고 섧고 가파른 사랑은 사랑 말고는 다른 어둠을 알지 못한다 -『문학과창작』2001. 11월호 -------------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201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