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의 여자/ 김명서 벽 속의 여자 김명서 봄에는 죽은 나무도 몸을 일으킨다 어두운 숲 그늘처럼 차고 습한 몸 겹겹이 수의를 입은 듯 눕는다 눕는다는 것은 절규마저 잠재운다는 것이다 새벽의 박명을 꽝꽝 못질하는 신음소리 비애로 쌓이면 툭툭 모세혈관 터진 그 자리에 시퍼런 무늬로 음각되는 멍 진통제는 아무것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0.10.13
날/ 이미산 날 이미산 게으르게 누워있던 칼이 내리꽂힌다, 도마 위의 고등어를 향해 배고픈 매의 눈알처럼 번쩍이며 피가 튄다 붉은 내장이 끌려나온다 도마 위에서 피 맛을 즐기는 저것은 칼의 혀 칼의 살 속으로 저며 드는 칼의 날 고등어를 자르고 고등어 속 바다를 자르고 바다 속 어둠을 자르고 어둠의 실핏..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12
꽃송이 꽃송이/ 이미산 꽃송이 꽃송이 이미산 내 방 벽지에 꽃송이 가득하네 잠시도 나를 떠난 적 없는 눈빛이네 여태 저들과 눈 한 번 맞추지 않았네 꿈속으로 초대한 적도 없네 손 내밀어 꽃송이 어루만지네 꽃송이들 흔들리며 내 앞에 쏟아지네 달려와 이불이 되네 꽃이 만발한 이불을 덮고 나는 여행을 떠나네 지난겨울..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