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다변화 시대, 시의 정념과 개성(부분)/ 박수빈(시인, 문학평론가)

검지 정숙자 2022. 4. 12. 00:08

 

    다변화 시대, 시의 정념正念과 개성(부분)

 

    박수빈/ 시인, 문학평론가 

 

 

  "대체로 신춘문예 당선 시들이 신춘문예용 작품으로 끝나고 마는 이유에는 작가 자신들의 성급함과 선자들의 개인적인 기호의 강렬함이 같이 작용하고 있다. 시를 처음 쓰는 시인들은 소위 시단에서 제작되고 발표되어 칭찬을 받는 작품들에 너무 현혹되어 있다. 몇 구절 산뜻한 이미지, 시 이외에는 차용될 것 같지 아니한 단어들에 이제 시를 시작한 시인들은 너무 매혹되어 있다. 그래서 자기 세계를 만들려는 어렵고 힘든 작업에서 도피하여 멋있고 시적이라고 이미 판단이 나버린 어휘들과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 버린다. 그러니 거기에서 생겨나는 시편들이 신통할 리 없다."(김현, 「이해와 공감-11. 신춘시와 자기 세계」, 『김현문학전집3-상상력과 인간/시인을 찾아서』, 1991. p.373) / (p. 49)

 

  위의 글은 오래전에 쓰였어도 지금까지 시사적이다. 김현은 신춘문예 당선 시 찬사 일색에 불만을 드러낸다. 언급한 현상이 반복될 수 있으며 문단에 끼칠 역기능을 보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면을 삼가면서 시를 배움에 있어 보탬이 되는 일은 해야 한다. 신춘문예에서 발굴하는 신인들은 습작을 거쳐왔고 심사를 거쳐 탄생한 것이다. 한국문학의 미래이므로 그들이 개척할 순기능이 많다. 당선자들이 김현의 글을 거울로 삼을 때 생명력 있는 시가 나올 것이다. 스스로 역량을 지니려면 계속 신인의 정념正念으로 깨어 있어야 하고 개성을 지녀야 한다. (p. 50)

 

  어떤 이들은 시 쓰기는 타고나는 것이며 기술이 아니라고  한다. 수긍하는 바가 없지 않으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훈련을 통해 감각을 키우면 된다. 영감에만 의존하면 시의 곳간이 바닥이 나기 쉽다. 그러니 대상을 김피 있게 관찰하고 표현하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오감이 왕성할 때 시는 정서의 파동을 일으킨다. (p. 75)

 

   -------------------

  * 계간 『시마詩魔』 2022. 03. (제11호) <시마詩魔 기획/ 2022 신춘문예 당선작 논평>에서

  * 박수빈/ 시인, 평론가, 2004년 시집『달콤한 독』으로 작품 활동 시작,  『열린시학』으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청동울음』『비록 구름의 시간』, 평론집『스프링시학』『다양성의 시』, 연구서『반복과 변주의 시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