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活潑潑', 또는 '費隱'의 시학을 위하여(부분)
이찬/ 문학평론가
그러나 새롭게 떠오른 최첨단의 개념어와 선명한 미시정치학 엠블럼(emblem)으로 이루어진 선언적 담론의 좌표와 방향성이 그것에 필적하는 사유 내용과 분석의 구체성과 미래 전망을 수반하지 못할 때, 그것은 오히려 '시적인 것'의 겉면만을 뒤따르는 기이한 아이러니의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오랫동안 반추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 시대의 문학적 우세종에 기댄 군중심리의 유행을 고스란히 추종하면서 그 지배적 기율과 공통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다수의 창작과 비평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좀 더 깊은 사유와 발본적인 상찰의 시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어쩌면 이 시간은 『계간 파란』 신인상 평론 부분에 참가했던 응모자만이 아니라, 공식 등단 절차에 도전하는 모든 신인과 더불어 우리 시대 문학인 모두에게 요청되는 필수 불가결한 상황과 조건으로 이미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1세기 벽두에 시작된 아방가르드 충동과 유행 사조가 이루는 '새로운 상투성'으로부터 우리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p. 22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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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22-봄(24)호 <제2회 계간 파란 신인상 심사 총평>에서
* 이찬/ 문학평론가, 본지 편집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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