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시선의 회피, 먼 노을을 바라보는 것(발췌)/ 김춘식

검지 정숙자 2022. 4. 17. 01:19

<권두언> 中

 

    시선의 회피, 먼 노을을 바라보는 것(발췌)

     -감각적/정치적인 사건과 시의 방법론적 소외

 

    김춘식

 

 

  시의 정치성은 어쩌면 감당할 수 없는 것, 견딜 수 없는 것, 그리고 삶의 불확실성과 수많은 가능성 사이의 균열에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매 순간은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체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는가가 우리의 할 수있는 최선이다. 시를 쓰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면,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삶이란 결국 우리에게 던져진 '피할 수 없는 화두'이다. 피할 수 없기에 딴전을 피우거나 비껴가는 거다.

  '감각적인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딴전을 피우거나 외면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정치적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표상'해 내는 모든 행위 역시 '딴청'인 것이다. 아닌 척, 못 본 척하지만 그래서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시가 아이러니나 역설적 담론이라는 것은 이미 정설처럼 되어버렸다. 더 자세히 보고, 더 곰곰이 생각하고, 더 열심히 삶을 바꾸려고 달려들기 위해서, 언어라는 매개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21세기 시의 정치성은 새로운 연대와 소통, 네트워킹에 대한 수많은 변수 앞에 놓여 있다. 삶이 바뀌고 감각이 바뀌는 동안, 낡은 문제는 떠나고 새로운 문제가 앞에 놓일 것이다.

  이제껏 겪지 못했고, 단일화되지 않는 삶의 문제는 결국 사후적인 발화, '언어'를 통해서만 정치적인 이슈가 된다. 수많은 이슈에 대한 시적 대응과 발화는 그래서 그 자체로 "감각적인 "감각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사건"이다. (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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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 2022-봄(79)호 <특집/ 정치시의 지형과 역사>에서

  * 김춘식/ 199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평론집『불온한 정신』, 연구서『미적 근대성과 동인지 문단』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