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이 된 기술 시대의 시(부분)
조창호/ Philosopher
그렇다면 기술화된 세계 속에서 현재의 예술은 어떠한가? 예술은 우리가 그러한 것처럼 자율화된 기술의 논리에 거의 장악당한 상태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디어 아트'다. 이는 기술과 기술 발전에 대한 반성적 의식을 보여 주기는커녕, 발전한 기술에 가장 잘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온갖 기술적 수단을 예술로 전용하면서 예술 경험을 기술 경험으로 대체한다.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에 경탄한다. 초월적 무한자를 보여 주지 못하고, 단순히 마법화된 기술에 포섭당했다는 점에서 미디어 아트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반해 시는 가장 반기술적인 예술형식이다. 즉 시는 마법화된 기술 시대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마법으로서 유사 마법인 현재의 기술과 대립적인 위치에 있다. 우리는 시를 씀으로써, 혹은 시를 읽음으로써 기술에서 벗어나게 된다. 시를 즐기는 동안 우리는 기술과 거리를 두게 된다. 기술적 체계에 있을 때 우리는 합리적 사유의 강박을 지니며, 엄청난 속도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기술을 사용할 때 시는 멀어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시는 자율화된 기술 시대에 가장 독특한 위치에 있게 된다. (p. 167-168)
--------------------------
* 『계간 파란』 2022-봄(24)호 <criticism> 에서
* 조창오/ 독일 로이파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예술의 종말과 현대예술』, 현) 부산대학교 철학과 교수
'한 줄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변화 시대, 시의 정념과 개성(부분)/ 박수빈(시인, 문학평론가) (0) | 2022.04.12 |
---|---|
'활발발', 또는 '비은'의 시학을 위하여(부분)/ 이찬(문학평론가) (0) | 2022.04.11 |
공간: 비어 있는 사이(부분)/ 우창훈(건축학자) (0) | 2022.04.11 |
박상영 작가, 해외에서 베스트셀러되다! (0) | 2022.04.08 |
김효은 작가,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수상! (0) | 2022.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