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위선환_Poem Essay『비늘들』/ 077 ⦁ 082

검지 정숙자 2022. 3. 25. 02:09

 

     비늘들 · 077

 

     위선환

 

 

  어떤 시는 불편해도 참으며 읽는다. 시인이 시에 집중했구나, 진지했구나, 야위며 앓으며 썼구나··· 시와 시인이 함께 읽히는, 오히려 시인이 먼저 읽히는 시가 그렇다. 이때에 내가 읽는 것은, 생소한 어법으로 쓴 문장이어서 낯선 문자의 순열일 수도 있다. 서툴지만 애써서 읽는다는 자각 하나로 점자책을 더듬어가듯이, 집중하여 모난 자음의 모서리를 만지고, 문자가 상형하는 낯선 세계의 깊이와 높이와 극한을, 확장과 이연과 단락을 만지는 것이다. 그것은 근원적 향수가 있는 다른 세계이다. 언어가 낭비되고 시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구태여 불편을 견디면서 그런 시를 읽는 것은 그 시를 쓴 시인의 태도에서 궁극이나 본연을 탐색하는 노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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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늘들 · 082

 

    

  언어로써 읽히지가 않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시가 있다. 주의하여야 할 것은, 그렇게 쓰인 시가 어쩐지 새롭고 신기해 보일 수 있으며, 그래서 매혹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설령 매혹이기는 해도 고작 매혹일 뿐, 언어이자 시로써 그러해야 하는 언어 또는 시는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이자 시에는 언어이자 시로써 본연이며 필연인 기능이 있는 것이고, 그 기능 중에서 언어이자 시로써 쓰이고 언어이자 시로써 읽히는 기능은 가장 중요하며, 특히 언어의 전 기능이 작동하는 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구태여 밝히자면 '난해시'라 일컫는 시에 대하여 하는 말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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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em Essay 『비늘들』 2022. 3. 15. <상상인> 펴냄   

  * 위선환/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용아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새 떼를 베끼다』『시작하는 빛』등, 합본시집『나무 뒤에 기대면 어두워진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