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남_ 양산에서 만난 정대구 교수님/포구나무 : 정대구

 

    포구나무

 

    정대구

 

 

  시인 정경남 씨 집 앞엔

  그녀의 나이만큼

  청청한 포구나무 한 그루 서 있고

  닻을 내린 그네가 한 척

  출렁거리고 있다

  곧 먼 바다를 향하여 출범할 듯

 

  시인의 남편 김양옥 씨는

  퇴역한 1등 항해사

  빗소리 제법 굵어지는 초여름

  우산을 받치고 나온 그녀를 태우고

  힘차게 그네를 민다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그녀는 꿈꾸듯 시를 쓴다 푸른 하늘 포구나무에 닻을 

  내리고

     -전문-

 

  ▶ 양산에서 만난 정대구 교수님(발췌)- 정경남/ 시인

  정대구 교수님 들꽃시인선 11번째 시집 『양산일기』 111페이지에 수록된 「포구나무」 시는 저희 부부에 대해 정대구 교수님께서 손수 쓰신 시편입니다. 정대구 교수님과 처음 인연이 된 것은 2001년 양산에 자리 잡고 있는 영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가뭄에 말라가는 목초처럼 지독한 목마름으로 지쳐있을 무렵 우연히 시를 접하게 된 계기는 학기를 먼저 시작한 지인에게서 마음을 전해 받아 시창작반에 입학하게 되었으나, 막상 입학을 하고 보니 시라는 장르는 처음 접하는 세계이기도 하지만 시는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었으며, 전문 시인은 처음부터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고 그동안 한 번도 접근해 보지 못했었는데 용기를 내어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입학 첫날 나이 오십에 첫인사를 주고받으며 수줍어했던 모습,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고도 신기한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학기를 시작한 그 후로도 분주한 일상 속에서 늘 바쁘게 지내는 터라 밖을 향해 시선 돌릴 여유조차 가지지 못했었는데 나는 그 길을 도전의 과제라 생각하고 첫걸음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시의 초행길은 서툴고 상상은 멀리 비상할 수 없어 쉽게 찾아갈 수 없었고, 숨어 있던 말들이 문밖으로 선뜻 나오지 않아 여러 번 시도한 끝에 한 줄 한 줄 힘들게 옮겨 적어 본 것이 나름대로 건축가가 되어 이엉을 엮듯이 조금씩 완성해가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중간중간 힘들어 포기할까 할 때도 있었지만, 서툰 글 솜씨에도 교수님께서 정성을 다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격려해 주시는 덕분에 용기 잃지 않고 여기까지 왔던 것 같습니다. 

  영산대학교는 천성산 아래 자리하고 있어 교수님께서 양산에 내려와 계시는 동안 대운산과 천성산 영축산을 오르내리시며 자연을 벗 삼아 쓰신 시편 "山이 높아 서울보다 높아/ 山이 좋아 나 山하고 놀려고/ 山 타고 놀려고 양산에 내려와/ 山에 山에 피고 지는 소월꽃도 소원 소월 우는 소월새도/ 청마바위도 내가 좋아하는 노송도 진이의 벽계수도/ 한꺼번에 모두 만나는 산이 좋아···" 「내 사랑 양산 살자」 시편에서 산과 더불어 함께 지내셨던 입학 동기 춘호, 문수, 극수, 종백, 정희, 정숙, 미숙 제자들 사랑으로 퇴임해 서울에 올라가시고도 1년에 몇 차례 내려 오셔서 제자들과 만나 함께 어울리던 모습 지나간 시간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정대구 교수님은 아이처럼 순수하신 어쩌면 인생의 수틀에 갇히지 않고 형식의 어려움에도 매이지 않는 교수님의 시처럼 그냥 시 속에 담긴 정황을 평범하게 그려내듯 생활 속 시가 되어 사시는, 내가 무엇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연세에도 누구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열정적 삶을 사시는 것 같습니다. 교소님과의 소중한 인연과 인생에 새 길을 열어주신 교수님 그 열정의 시학이 우리 시단에 크게 평가되길 기원드립니다. ▩ (p. 시 50-51/ 론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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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 문인 보고서 1『시인 정대구』 2021. 12. 16. <화성시 시립도서관> 발행 (비매품)  

  * 정대구/ 1936년 경기 화성 출생, 1972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겨울기도』『남촌에 전화를 걸며』외 다수, 산문집『녹색 평화』『구선생의 평화주의』, 저서『김삿갓 연구』『김수영 연구』등, 영산대학교(경남)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