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스며들다/ 김송포

검지 정숙자 2021. 11. 10. 02:47

 

    스며들다

 

    김송포/ 시인

 

 

  언제부터인지 당신은 나에게 스며들었다. 가까이 있다 보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간장이 꽃게에 스며드는 것처럼 김치의 맛이 혀에 배여 그 맛을 생각나게 했다. 단어와 단어가 몸 안에서 은근히 배인 언어로 스며들고 있다. 친구의 말과 행동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며든다는 것은 기분 좋은 말이다. 너와 내가 닮아간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엄마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게 되듯 우리의 습관이나 버릇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배어든다는 것은 삶의 수레바퀴에서 거스를 수 없는 순리라고 느끼게 되었다.

  한겨울 추위가 온몸을 으슬으슬하게 떨게 할 즈음 피부에 두드러기 같은 꽃이 피었다. 몸에 핀 발진은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스며든 독소의 증상이었다. 눈길에 세 번씩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뇌 사진을 찍어 본 결과 바깥 온도와 몸의 온도가 현격히 차이 날 때 피부에 혈액이 팽창하여 숨을 쉬지 못하면 발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뜻한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면 살갗의 피부가 적응을 하지 못해 칼같이 스며들어 혈액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륙 년 동안 몸에 스며든 독소를 빼내기 위해 밀가루와 튀김, 기름진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받아들였다.

  정신적으로 스며든다는 것은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몸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비슷한 온도와 구름 같은 흐름이 자연을 닮게 되었을 때 하나가 되는 것이다. 비슷비슷하게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 간장과 식초 냄새가 오래오래 숙성하여 발효음식이 되면 우리 몸을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틈과 틈 사이 미세하게 가슴과 가슴으로 스며드는 것이 좋다. 느릿느릿 서로에게 스며들자. 사람과 사람 사이 더 따뜻해지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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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1-9월(239)호 <사랑하는 우리말 우리글>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