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 에세이> 中
닮음과 차이, 은폐, 그리고 표절사(발췌)
전형철/ 시인, 연성대 교수
닮음~차이의 두 가늠자를 쥐고 가치와 선線을 나누게 된 것은 낭만주의에 와서이다. 낭만주의 창작관의 핵심 인자인 독창성에 대한 당대 작가들의 새로운 인식이 소위 근대적 의미의 저작에 대한 관점을 만들게 된다. 전 시대 작가들의 유산과 자신의 작품의 차이, 독창적인 사유와 창작의 결과물인 저작은 보호되어야 하며, 그로 인해 작가들은 작품의 독창성을 작품성의 일환으로 유의미하게 여기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영국에서 근대적 의미의 저작권법이 1710년 앤 여왕에 의해 제정된 것과 괘를 같이 하며 근대적 의미의 저작권과 글쓰기의 독창성은 문학의 핵심개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비로소 지금의 표절이라는 개념이 성립된 것이다. 같음이나 닮음이 지적 수준의 확인과 자격, 심지어 우월에서 기피, 피휘避諱 해야 하는 불안 인자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분명한 방법 중 하나는 시인이 빌려오는 방법이다. 미숙한 시인은 흉내 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 나쁜 시인은 그들이 가져온 것을 훼손하지만, 훌륭한 시인은 그가 가져온 것을 좀 더 나은 것, 혹은 적어도 다른 무엇으로 만든다."(「신성한 숲」)는 엘리엇의 지적은 흔히 표절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자주 인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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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1-여름(91)호 <기획특집_저작권 침해와 표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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