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탑
김상옥(1920-2004, 84세)
불꽃이 이리 뛰고 돌조각이 저리 뛰고
밤을 낮을 삼아 정 소리가 요란터니,
불국사 백운교 위에 탑이 솟아오르다.
꽃쟁반 팔모 난간 층층이 고운 모양!
임의 손 간 데마다 돌옷은 새로 피고,
머리엔 푸른 하늘을 받쳐 이고 있도다.
-전문(p. 250.)/ 『백자부』 시인생각, 2013.
▶전후의 혼란, 불교로 위로하다_1950년대 전후 시조(발췌)_권성훈(시인, 경기대 교수)
1950년대 이르러 시조시인들은 자유시 시인들과 함께 동인을 결성하고 활동했다. 예를 들면 시동인 '아芽' '맥' '시예술' '양지문학' 등은 자유시 시인과 시조 동인들이 함께 편집한 동인지를 발간했다. 모더니즘의 수용 과정에서 민족의 전통적 가치를 공유한 이들 시조시인과 자유시 시인들은 장르 구분 없이 민족정신으로 계승되어 온 시조의 중요성을 인식했기에, 시조 부흥에 일조할 수 있었다. 동인지는 시조를 전통적 가치를 지닌 형식미학으로 발견하고 새롭게 정립된 시형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한편 1930년대 최초의 시조 동인지 『참새』에 이어 1951년 순수 시조시인들로 구성된 시조 동인지 『신조新調』가 있다. 『신조』는 이병기와 함께 그의 제자였던 장순하, 최승범, 이태극 등이 주축이 되어 5집까지 발행하고 폐간되었다. 이 동인들의 의지를 모아 이태극이 1960년 『시조문학』을 창간했다는 점에서 『신조』는 최초의 시조 문예지 『시조문학』의 전신이 되기도 했다.
이 무렵 활동한 시조시인은 정소파(1912-2013, 101세), 이태극(1913-2003, 90세), 박병순(1917-2008, 91세), 김상옥(1920-2004, 84세), 장순하(1928~ ), 최승범(1931~ ), 송선영(1936~ ), 박경용(1940~ ) 등이다. 이들은 1950년대 시조문학을 대표하는 창작의 주체로서, 대체로 1910년 이후 출생자이며 1950년대 전후로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다. 앞으로 살펴볼 1950년대 시조 안정기 시편에는 1910~1940년대 현대시조 태동기와 개척기에서 볼 수 없었던 다층적인 불교적 사유로 시대정신을 산출하고 있다. (p. 248-249)
다보탑의 웅장하고 장엄한 건축물 속에서 시인은 시적 영감을 극대화하고 민족의 영원성을 발견한다. 이 시의 첫 수 "불꽃이 이리 뛰고 돌조각이 저리 뛰고/ 밤을 낮을 삼아 정 소리가 요란터니,/ 불국사 백운교 위에 탑이 솟아오르다"는 불국사의 다보탑은 천 년 전의 유물이 아니라 생물로서 아직까지 기상이 솟아오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둘째 수에서 "꽃쟁반 팔모 난간 층층이 고운 모양!/ 임의 손 간 데마다 돌옷은 새로 피고,/ 머리엔 푸른 하늘을 받쳐 이고 있도다."와 같이 과거와 현재가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의 동시성 속에서 '다보탑'은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고 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김상옥은 "천 수백 년 전에 만든 다보탑이 시인의 눈 속에서 오늘로 살아나는 것, 나의 마음속에 신라와 지금을 한자리에 앉도록 한 것"(장경렬 편 『불과 얼음의 시혼-초정 김상옥의 문학 세계』태학사, 2007, p.36)으로 민족의 전통성을 신라 정신에서 구현하고 있다. (p. 24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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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평론』 2021-여름(86)호 <특별기획/ 현대시조와 불교 ②> 에서
* 권성훈/ 문학평론가, 2013년 『작가세계』 평론 신인상 당선, 시집『밤은 밤을 열면서』외 2권, 저서『시치료의 이론과 실제』 『현대시 미학 산책』 『현대시조의 도그마 너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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