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부고_김명서 시인 타계(1949~2021, 72세)

검지 정숙자 2021. 7. 9. 01:49

 

    카르마의 법칙

 

    김명서

 

 

  그래서

  하루는 전 생애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바람을 보내고 면벽한다

  기억의 한 뿌리는

  전생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법구경 몇 줄

  암송한다

  끝줄 미망에 걸린다

 

  미망에 짓눌려

  그래로 잠에 잠겨버린다

  잠이 깊어지니

  비몽非夢과 비몽悲夢의 분할선에

 

  예언의 힘이 빙의된다

  오리온자리를 에둘러 흐르는

  강 건너

 

  미궁에 갇혀 연자매를 힘겹게 끄는 천형,

 

  불생불멸의 고리를 끊겠다고

  죄를 면제받는 소도蘇塗를 향해 천 마리

  종이학 날린다

  깃털들 하늘하늘 날고

  한가득 울리는 북소리

  장대에 앉은 나비도 몽환으로 빠져든다

 

  몽환 아래쪽

  아직 태어나지 않은 업들이 한 줄로 서 있다

  옆으로 한 발짝 비켜서서

  막막히 울리는 방울소리 북소리와 뒤섞이고

  신내림처럼

  고달픈 이야깃거리들이 울긋불긋 깃발을

  흔든다

      -전문-

 

  김명서 시인이 지난 5월 17일 새벽 지병으로 타계했다. 1949년 11월 28일 전남 담양에 출생한 고인은 2002년, 『시사사』창간호에 비누 외 1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2016년 시집 『야만의 사육제』를 출간하였으며 이 시집은 문학나눔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되었다. 같은 해『카르마의 법칙』외 4편의 시로 제2회 시사사 작품상을 수상하였다.계간『시와편견』주간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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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1-6월(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