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의 법칙
김명서
그래서
하루는 전 생애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바람을 보내고 면벽한다
기억의 한 뿌리는
전생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법구경 몇 줄
암송한다
끝줄 미망에 걸린다
미망에 짓눌려
그래로 잠에 잠겨버린다
잠이 깊어지니
비몽非夢과 비몽悲夢의 분할선에
예언의 힘이 빙의된다
오리온자리를 에둘러 흐르는
강 건너
미궁에 갇혀 연자매를 힘겹게 끄는 천형,
불생불멸의 고리를 끊겠다고
죄를 면제받는 소도蘇塗를 향해 천 마리
종이학 날린다
깃털들 하늘하늘 날고
한가득 울리는 북소리
장대에 앉은 나비도 몽환으로 빠져든다
몽환 아래쪽
아직 태어나지 않은 업들이 한 줄로 서 있다
옆으로 한 발짝 비켜서서
막막히 울리는 방울소리 북소리와 뒤섞이고
신내림처럼
고달픈 이야깃거리들이 울긋불긋 깃발을
흔든다
-전문-
김명서 시인이 지난 5월 17일 새벽 지병으로 타계했다. 1949년 11월 28일 전남 담양에 출생한 고인은 2002년, 『시사사』창간호에 비누 외 1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2016년 시집 『야만의 사육제』를 출간하였으며 이 시집은 문학나눔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되었다. 같은 해『카르마의 법칙』외 4편의 시로 제2회 시사사 작품상을 수상하였다.계간『시와편견』주간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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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1-6월(3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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