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들
미셸 드기(Michel Deguy, 프랑스 1930~)/ 정장진 옮김
(나 그래서 그대에게 편지보다 시로 더 많이 써 보내겠네. 자유의 몸이 된 운명처럼 시는 보내는 이와 받는 이 사이에서 오래 이야기하기 때문이지. 시에 대해서는 용납하네. 해석해야만 하는 확실치 않은 진실이 그 난해한 진실을 허비하지 않아도)
있는 것은 끊임없이 없는 것을 떼어 놓고 밀어 내고
그렇게 해서 없는 것을 불러일으킨다
후지산의 눈들 숲속의 벌거벗은 사내들
시베리아 볼리비아의 죽어가는 광부들
그렇게 해서 토마스 드 켄시에게 어둠이 그의 역광으로 빛나는 민족을 주듯
혐오스러운 있음이 매순간들에게 대 홍수와, 심판과 인간
희극을 기울어진 저울에 달아 준다
모든 것은 여기서 전광석화와도 같은 환유를 환기시키고
현재를 박아 넣는다
벽력의 후광이 사라지는 그 사이로 마치
그대의 두 입술이 목소리의 깊은 구렁 속으로 함몰하듯이
회계감사가 끝나고 찾아오는 평온과 같은 것이지
그 순간을 시간의 끝으로 만드는 방정식이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 멋진 신세계에서 은밀히 작업을 하여 지옥을 만들며
천국의 불은 지옥의 불을 빨아들인다
만일 인간과 같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때 예수도, 믿음도 심지어 그의 교회도
가능하리라 또 기초들도
-전문-
▶미셸 드기, 시 혹은 '언어의 언어'(발췌) - 정장진
1930년생인 미셸 드기는 파리 8대학 교수이자 평론가이기도 하다. 1950년에 나온 『토지대장 단상(Fragments du cadasstre)』과 1962년의 『반도 시편(Poemes de la PresQuile)』 이후 언어애 대한 그의 관심은 문학교수로서 시인으로서 그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런 경향은 1962년 막스 자콥 상을 수상한 시집 『반도 시편』을 거쳐 2년 후인 1964년에 나온 『운하(Biefs)』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의 형이상학적 시작詩作은 그가 한국 방문 때 가진 한 강연회(1997년 11월 13일, 대한출판문화회관, 한국작가회의 개최)에서 고백했듯이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그의 전시작품을 관류해서 흐르고 있는 주된 특징들 중 하나다. 이 점은 그의 시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시어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의 시는 또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과거의 시인들을 이야기하는 시이기도 하다. 1973년의 『뒤벨레의 무덤』 이후 실제로 그의 시들은, 특히 고대 희랍 세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셸 드기는 한편 시 전문지인 『시지詩誌(Revue de Poesie)』를 만들었고 1977년 이후로는 『포에지(Po&sie)』12)지의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한 시집만이 아니라 사포, 횔덜린, 보들레르, 로트레아몽, 말라르메 등에 대한 시론과 자신의 단상들이 담긴 평론서인 『행위들(Actes)』(1966)과 『형상화(Configurations)』(1969)를 출간했고 1987년에도 '짧은 시학 개론'이란 부제가 달린 시론서 『시는 홀로 있지 않는다』를 내기도 했다. 번역한 다섯 편의 시는 모두 1985년 갈리마르사에서 출판된 시집 『누워 있는 자들』에서 뽑은 것으로 번역이 가능한 시들 중에서 미셸 드기의 특징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들이다. (p. 시 121/ 론 114-115)
12) 'Po&sie'는 일종의 말장난으로써 불어로 詩나 詩情을 뜻하는 'Poesie'라는 단어의 두 번째 음절 'e'를 동일한 발음의 불엉 등위접속사 'et'로 대치하고 다시 이 'et'를 '&'로 바꾼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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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 2020-겨울(104)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리바이벌/ 다시 읽어보는 세계의 명시집/ 미셸 드기의 대표시> 中
# 현대시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중에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애독자를 위해 세계의 명시, 명시집을 리바이벌합니다.(『시사사』 2009년 11_12월호에서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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