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바닷가에서/ 하인리히 하이네 : 문성모 옮김

검지 정숙자 2021. 4. 6. 17:31

 

    바닷가에서(Am Meer)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독일 1797-1856, 59): 문성모 옮김

 

 

  마지막 저녁 햇살을 받으며

  바다는 저 멀리까지 반짝거렸네

  외딴 어부의 집 앞에 우리는

  단둘이 말없이 앉아 있었네

 

  안개 피어오르고 물이 불어나고

  갈매기 이리저리 날아다닐 때

  사랑스런 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

 

  네 손에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나는 무릎을 꿇어

  너의 하얀 손에 묻어 내리는

  그 눈물을 계속 핥아 마셨지

 

  그때부터 내 몸은 야위어가고

  그리움에 영혼도 죽어가네

  가여운 그녀가 흘린 눈물이

  내게 독이 되어버렸네

     -전문-

 

 

  ▶시와 음악의 듀오 콘서트  하인리히 하이네(발췌) _ 문성모/ 전 서울장신대 총장

  하이네는 1797년 독일 뒤셀도르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작곡가 슈베르트(1797-1828, 31세)도 같은 해에 출생하였으니 이 둘은 천생연분인 셈이다. 슈베르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빈에서 11월 31세의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죽기 10개월 전인 1828년 1월 중순경에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을 발견하였다. 하이네의 시에 감동을 받은 슈베르트는 그중 7편을 골라서, 그해 8월부터 작곡하여 불후의 명곡을 만들었다. 하이네의 시가 독신으로 살던 슈베르트의 마음에 아물지 않던 실연의 상처를 건드리면서 명작이 탄생하게 되었다. 슈베르트가 이 시를 1년만 늦게 발견했더라면 이 예술가곡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빈의 출판업자 토바이스 하스링에(Tobias Hasling)는 슈베르트가 사망한 해에 작곡된 14곡을 하나로 모아 「백조의 노래(Schwanengesang)」라는 제목으로 연가곡(連歌曲, Song Cycle)집을 출판하였다. 즉 이 가곡집은 작곡자가 아닌 출판업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백조는 죽기 전에 단 한 번 울며 노래한다는 속설에 근거하여 이러한 제목이 붙여졌다.

  「백조의 노래」 14곡 중 제 8곡부터 14곡까지의 일곱 개의 가곡이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 5부작 중 세 번째인 「귀향」에서 인용되고 있다. 특히 12번째 곡인 「바닷가에서(Am Meer)」은 「귀향」의 14번째 시에 의한 가곡으로 슈베르트 최고의 걸작품 중 하나에 속한다. (p. 시 179-180/ 론 179)

 

  * 블로그주: 여기 베낀 하이네의 시 「바닷가에서」의 원문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대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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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 여는 세상』 2021-봄(77)호 <세계시인 시 읽기/ 독일 하이네를 중심으로>에서

  * 문성모/ 오스나부뤽대 졸업, 음악학 박사(Dr. Phil.), 시집 『미완성교향곡』 『6 Forte의 노래』 『아내를 위한 세레나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