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의 노래
니콜라 부알로(Nicols Boileau-Despreaux, 1636-1711, 75세)
어느 무모한 시인2)이 파르나스3)에서
시법을 최대한 높이려고 작정해도 부질없는 짓이다.
하늘의 은밀한 작용이 없으면,
그 별의 운명에 따라 시인으로 태어나지 않고는
시적 재능이 없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포이보스4)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페가수스도 뒷걸음친다.
괜히 위험한 열기에 들떠
시인 지망생의 가시밭길을 가는 그대여,
시를 함부로 지으려 하지 마라.
시를 짓는 취미를 영감으로 잘못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사람의 눈을 현혹하는 시시한 즐거움의 유혹을 조심하라.
자신의 재기와 역량을 차분히 음미하는 게 좋다.
자연은 위대한 재능을 많이 낳고
시인들에게 온갖 재능을 할당해주었다.
어떤 시인은 사랑의 정열을 노래로 읊고
어떤 시인은 유쾌한 표현으로 촌철살인의 경구를 연마한다.
말레르브5)가 찬양하는 것은 영웅의 무훈,
라캉6)이 노래는 것은 양치기와 숲.
그런데 자만에 빠져 우쭐대는 정신은 흔히
제 재능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제 능력을 모르는 자이니,
그 옛날 파레7)와 함께 선술집 벽에 숯으로 시를 쓴 어느 시인은
마음 내키는 대로 건방진 목소리로
유대인의 영광스러운 탈출을 찬양하려고
황야를 지나 모세를 쫓았지만,
결국 파라오와 함께 바다에 빠져 익사했다.
즐거운 것, 고상한 것, 어떤 주제를 선택하든
양식良識과 각운이 사이좋게 지내게 하라.
이 둘은 쓸데없이 서로 미워하는 것처럼 보여도
각운은 노예여서 그저 복종할 뿐이다.
각운은 이성을 속박하기는커녕 이성을 섬겨 아름답게 한다.
그런데도 무시를 당하면 반항하며 말을 듣지 않으니
양식은 다시 한번 각운을 잡으려고 그 뒤를 쫓는다.
그러니 이성을 사랑하라. 그대가 쓰는 글이 언제나
이성 안에서만 빛과 가치를 끌어내게 하라.
어리석은 흥분에 들떠 우쭐해진 시인들은 언제나
올바른 취미에서 벗어나 먼 곳으로 구상을 찾으러 간다.
이들은 괴상한 시구를 써도
남들이 같은 생각을 했다고 생각하면 격이 떨어진다고 믿는다.
도를 넘는 이런 지나친 행위는 피하도록 하라.
표면의 현란함에 대한 열중은 이탈리아에 맡겨라.
모든 것은 양식을 향해야 하고, 다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너무 미끄러워 걷기조차 어렵다.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당장 물에 빠져버린다.
이성에 어긋나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은 대개 외줄기.
수다스러운 시인은 할 말을 다 끝내지 않는 한
노래를 멈추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궁전을 우연히 만나면 우선 정면을 묘사하고
그런 다음 석가산에서 석가산으로 끌고 다닌다.
이곳에는 돌계단, 저곳에는 회랑,
저쪽에는 발코니가 황금 난간에 둘러싸여 있다.
천정의 원형이나 타원형의 장식화를 헤아린다.
"이건 그냥 꽃줄 장식, 이건 그냥 쇠시리 장식."
나는 스무 개나 건너뛴 뒤에야 겨우 끝을 발견하고
가까스로 정원을 지나 빠져나간다.
이런 시인의 공허한 요설은 질색이라고
쓸데없이 자세히 묘사하는 데 얽매이지 마라.
필요 이상의 말은 재미도 없고 진절머리가 난다.
싫증이 난 정신은 그런 것을 즉석에서 내팽개친다.
절도를 모르는 자는 절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법이다.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어느 시구가 너무 가볍게 여겨지면 견고하게 해버리고
장황함을 피하려다 애매해지고,
너무 꾸밈이 없으면 뮤즈의 맨살이 드러나 보인다.
구름이 낮게 감도는 것을 두려워하면
구름 속으로 잘못 들어가게 된다.
독자들의 사랑을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글을 쓰면서 계속 말을 바꾸도록 하라.
지나치게 평탄하고 단조로운 문체는
그 광채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독자는 잠들 수밖에 없다.
이런 시인은 따분해서 읽히지 않는다.
언제나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단순하고 변화가 없다.
그 시에서 음성도 가볍고, 장중함에서 부드러움으로,
골계미에서 숭고미로 변할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그런 작품은 하늘의 사랑을 받고 독자들도 좋아한다.
바르뱅 서점에는 그 작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대가 무엇을 쓰든 간에 저속함을 피하라.
기품이 모자란 문체조차도 나름대로 품위는 있는 법.
양식을 깔보고 뻔뻔스럽고 익살스러운 문체가 한때는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참신함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리하여 시구에는 자질구레하고 번거로운 기교뿐.
시인들조차 항간의 언어를 쓰는 형편이다.
시는 제멋대로 만들어지고 시인은 쓰고 싶은 대로 쓴다.
변장한 아폴론은 타바랭8)이 되어버렸다.
이 병은 지방에도 퍼져서
서기나 장사꾼은 물론 왕과 귀족까지 감염되는 형편이다.
서투른 광대조차 특별한 후원자가 없어서 곤란한 일은 없고
그래서 다수시9)마저도 독자를 찾아낸다.
하지만 마침내 궁정이 이 문체의 잘못을 알아보고
시구의 안이한 과장을 경멸하고
진솔함을 평이함이나 어리석음과 구별하고
「태풍」10)에 박수 치는 것은 시골뜨기에게 맡겼다.
이런 문체가 절대로 그대의 작품을 더럽히지 않도록
마로11)의 우아한 익살극을 배우도록 하라.
골계 문체는 퐁뇌프 다리의 어릿광대들에게나 주어버려라.
하지만 브레뵈프12)를 덩달아 흉내내어
「파르살리아」 같은 서사시에서도,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자들의 탄식의 산'을 강기슭에 쌓지 않도록
좀 더 능숙하게 말투를 골라 교묘하고 게다가 간결하게,
자만하지 않고 고상하게, 요란하게 꾸미지 않고 상쾌하게.
독자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것만 말할 것.
시구의 운율에 대해서는 엄격한 귀를 가져야 한다.
그대의 시에서는 항상 의미가 언어의 단락이 되고
반구半句를 합하여 기구의 휴지休止를 나타낼 것.
모음의 울림이 너무 빨라서 다른 모음과
도중에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잘 조화된 언어를 올바로 선택해야 한다.
불쾌한 소리의 불쾌한 연결을 비할 것.
충실한 시구라 해도, 고상한 구상이라 해도,
귀에 거슬리게 들린다면 독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프랑스 시단의 초창기에는
변덕만이 모든 것의 규정이 되어 있었다.
다양한 길이로 모인 낱말들의 결합에서 각운이
수식과 운율과 단락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촌스러운 시대에 비용13)이
옛 시인들의 혼란스러운 기법을 정리했다.
이윽고 마로가 발라드를 유행시켰고
트리올레14)를 뒤엎고 가면극에 운을 맞추고
규칙적인 흐름에 론도15)를 따르게 하여
완전히 새로운 운율의 길을 보여주었다.
그 뒤를 이은 롱사르16)가 다른 방법으로 정리하려다가
모든 것을 혼란에 빠뜨리고 제 나름의 기법을 만들어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그리스어와 라틴어 말투의 프랑스어를 말하는 뮤즈는
뒤이은 시대에는 의외의 급변 때문에 시인의 과장된 말의
현란한 현학 취미와 실추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추락한 교만한 시인들의 모습에
데포르트17)와 베르토18)는 더욱 신중해졌다.
마침내 말레르브가 나타나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구에 맞는 운율을 느끼게 하고
적절한 위치에 놓인 말의 힘을 가르치고
마땅히 지켜야 할 본래의 규칙으로 뮤즈를 다시 데려왔다.
이 현명한 시인은 언어를 바로잡고
세련된 귀에도 불쾌한 울림이 들리지 않게 했으니,
시의 구절은 우아하고 아름답게 이어지게 되고
시구가 다음 행에 걸치는 일도 없어졌다.
이런 규칙을 모두가 인정하여, 이 신뢰할 만한 선도자는
이제 당대 시인들의 귀감이 되었다.
그러니 그를 본받는 게 좋다.
그 순수함이야말로 사랑받아 마땅하고
교묘한 표현의 명중함을 모범으로 삼도록 하라.
그대가 지은 시구의 의미를 알기 어려우면
내 정신은 당장 건성이 되어
그대의 공허한 말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끊임없이 주의를 강요하는 시인을 제쳐놓는다.
어떤 자들의 애매한 관념은 언제나
이성의 빛도 쏟아져 들어오지 못할 만큼
두꺼운 구름에 덮여 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생각이 애매한지 어떤지에 따라
표현은 난해해지기도 하고 명료해지기도 한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표현되고
그것을 기술하는 언어는 저절로 나오는 법이다.
특히 존중해야 할 말은, 그대가 아무리 흥분해도
그대의 작품 속에서 항상 신성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아무리 격조 있게 말해도, 표현이 어색하고
서투르면 공허한 법이다.
내 정신은 젠체하는 파격도
과장된 시구의 교만한 오용도 용납하지 않는다.
요컨대 표현이 나쁘면, 영감이 솟아나는 시인조차도
무엇을 쓰든 언제나 풋내기 문사일 뿐이다.
아무리 재촉을 받아도 천천히 작품을 마무리하라.
일을 빨리한다고 자랑하지 마라.
서둘러 급히 쓴 문체는
재능의 넘침보다 판단력의 모자람을 나타낸다.
나는 부드러운 모래밭, 꽃피는 목장을 좋아하고,
천천히 흐르는 개울을 좋아한다.
맹렬한 기세로 돌멩이를 휩쓸며 진흙탕 위를
용솟음치듯 흘러가는 급류보다도.
급하면 돌아가라. 그리고 힘을 떨어뜨리지 말고
몇 번이고 작품을 퇴고하는 게 좋다.
끊임없이 갈고 또 갈고 닦아라.
때로는 덧붙이고 때로는 지우면서.
잘못투성이 작품에서 몇 줄 안 되는 좋은 문장이
이따금 빛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것이 적재적소에 놓여야 한다.
기승전결이 절묘하게 이루어지고
미묘하게 연결된 구절들이 작품 속에서 통합되어
다채로운 부분이 하나로 정리되도록 하라.
글를 쓰면서, 주제를 떠나 멀리까지
거창한 말을 찾으러 가지 마라.
그대의 시에 대한 세간의 비평이 두려운가?
그대는 자신의 엄격한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자화자찬은 무지의 소산이니
기꺼이 비평해줄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친구들이 그대의 작품에 대한 진지한 의논 상대가 되고
모든 결점에 대한 엄격한 비판자가 되도록
친구 앞에서는 오만을 버려라.
그렇기는 하지만, 친구와 아첨꾼을 분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수를 보내는 자는 사실은 그대를 비웃으며 놀리고 있다.
충고를 기뻐하고 찬사는 기뻐하지 않도록 하라.
추종자는 당장 감탄하는 소리를 지르고 싶어 하고
어떤 시구를 들어도 황홀해지고
뭐든지 다 매력이 넘치고 거룩하고
어떤 말도 나쁘게 들리지 않고
기뻐서 발을 구르고 상냥하게 눈물을 흘린다.
가는 곳마다 그대를 과장되게 추켜올린다. 그러나
진실은 결코 과장된 태도를 취하지 않는 법이다.
현명한 친구는 언제나 엄격하고 가차 없이
그대의 잘못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실수를 놓치지 않고
시구의 서투른 배치를 제대로 고치고
표현의 지나친 강조를 억눌러준다.
"자네의 문장은 좀 이해하기 어렵군.
이 말의 뜻이 애매하니까 확실히 하는 게 좋겠어."
진정한 친구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법이다.
그런데 고집불통의 시인은 자신의 시구를
변호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하고
당장에 비판받은 자의 권리를 행사한다.
"이 시구는 표현이 저속하다"고 말하면
당장에 말할 것이다. "그건 좀 너그럽게 봐줘."
"이 표현은 시시해 보여. 나라면 지워버리겠어."
"그건 가장 아름다운 부분인데."
"이 표현은 마음에 안 들어."
"다들 칭찬해주던데."
이런 식으로 잘못을 고치려고는 하지 않고,
한 구절이 한 명의 독자에게 불쾌하게 보였다 해도
그것을 지우지 않는 게 제 권리인 줄 안다.
그런데 그는 입버릇처럼 주장한다.
비평은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자기 시에 절대적인 힘을 갖는 것은 독자라고.
그런데 이 그럴듯한 말도
제 시를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교묘한 수단일 뿐이다.
들려주고 나면 상대를 내팽개친다.
자신의 뮤즈에게 열중한 나머지
다른 곳에 가서 어리석은 자를 찾아내어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주책없이 자랑스럽게 늘어놓는다.
어리석은 시인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찬미자도 부족하지 않다.
시내나 시골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작 저택에도 있고 왕궁에도 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조차 궁정인들 사이에서
어느 시대에서 열렬한 후원자를 만났다.
그러면 여기서 글을 마무리하면서 풍자 한 마디만 해두자.
바보는 언제나 자기를 칭찬해주는 더 큰 바보를 찾아내는 법이다.
-전문-
2) 원문에는 'auteur'(작가, 저자)로 나와 있지만 '시의 작가'임을 고려하여 '시인'으로 옮겼다.
3)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과 뮤즈들이 사는 파르나소스 산에서 나온 말로, 프랑스에서 시단을 비유한다.
4) 포이보스: 아폴론의 별명. 페가수스: 날개 달린 천마-시적 영감의 상징.
5) 프랑수아 말레르브(1555-1628): 프랑스의 시인, 고전주의 문학 이론가.
6) 오노라 드 라캉(1589-1670): 프랑스의 시인 · 군인, 말라르브에게 시를 배웠다.
7) 니콜라 파레(1596-1646): 프랑스의 작가 · 정치가, 아카데미 창립 회원.
8) 당시에 어릿광대로 이름난 앙투안 차라르의 별명
9) 음악가이자 시인인 샤를 코아포(1605-1677의 별명.
10) 시인 · 극작가인 폴 스카롱(1610-1660)의 익살극(1644)
11) 클레망 마로(1496-1544): 프랑스의 시인
12) 조르주 브레뵈프(1618-1661): 프랑스의 시인. 루카누스(로마의 정치가 · 서정시인)의 「파르살리아」를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13) 프랑수아 비용(1431-?): 프랑스의 시인. 중세 최대의 시인으로, 방랑과 투옥을 되풀이 하는 생애를 보냈다.
14) 프랑스의 정형시 형식, 8음절의 8행시.
15) 프랑스의 정형시 형식, 13행시.
16) 피에르 드 롱사르(1524-1585): 프랑스의 시인. 당대의 시인 집단인 플레이아드파의 지도자로, 프랑스어 옹호 운동에 힘썼다.
17) 필리프 데포르트(1546-1606): 프랑스의 시인.
18) 장 베르토(1552-1612): 프랑스의 시인).
▶시법(詩法) (발췌)_니콜라 부알로(발췌) _ 김석희/ 소설가, 번역가
[니콜라 부알로(Nicols Boileau-Despreaux, 1636-1711, 75세)는 프랑스 파리에서 고등법원 서기관의 아들로 태어나 소르본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나, 1667년에 부친이 사망하자 유산을 물려받은 뒤에는 문학에 전념하기로 작정하고 라퐁텐, 몰리에르, 라신 등과 어울리는 한편, 고명한 법조인인 라무아뇽 후작의 살롱에 출입하며 그 학구적인 분위기와 접촉하면서 문학적 안목을 키웠다고 한다.
30세 때인 1666년에 『풍자시집』을 출판했는데, 17세기 프랑스의 풍조인 '프레시오시테'(Preciosite, 부자연스러운 꾸밈)을 통렬하게 풍자한 이 책은 그가 죽을 때까지 증쇄를 거듭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풍자시인이었지만, 모럴리스트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모럴리스트와 비평가로서 주장한 것은 이성과 양식良識의 존중이고, 이 점에서는 동시대의 고전주의적 이론가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는 탁월한 문학적 가치판단의 소유자로서 자신의 비평에 실제로 양식을 적용했으며, 고대문학의 우월함과 이성의 편재를 믿은 부알로는 고대파로서 '신구문학논쟁'1)의 주역이 되었다. 1677년에는 라신과 함께 사료 편찬관에 임명되었고, 루이 14세의 비호에 힘입어 1684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이 되었다.
「시법(L'Art poetique), 1674」은 로마 시인인 호라티우스를 본받아, 신구논쟁의 배경 속에서 창작의 일반적인 원칙을 시인들에게 권고하는 형식으로 밝힌 문학론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고대파의 기본원칙을 '자연' 이성' '진실'로 삼았으며, 이성의 선택을 거친 자연의 모방, 보편성을 보장하기 위한 고대의 모방, 작가의 퇴고 노력과 인내를 말했다. 비정상적인 것을 혐오하고 상식과 질서를 선호한 부알로는 프랑스의 중산층을 대변했다고 할 수 있다. 겉멋과 인습에 젖은 기교파를 비난하다 보니 풍자적 성격이 짙어 보이지만, 시에 관한 그의 냉철하고 체계적인 고찰은 고전주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고, 이 정신은 부알로에서 출발하여 현대의 폴 발레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시의 역사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속 살아남게 된다. 원문은 12음절 운율의 운문으로 쓰였으며, 이 번역은 1,100행의 절반 정도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p. 시 66-75/ 론 64-65)
1)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에 고대문학과 근대문학의 우열을 둘러싸고 프랑스에서 벌어진 논쟁. 16세기 중엽 이후 고대의 권위는 절대적이었지만 데카르트 이후에는 여기에 의심을 품는 자가 많았고, 17섹 말에 이르러 고대인의 우월성에 대한 반박이 행해지자 여기에 대해 라퐁텐이 반론을 펴고 부알로가 가세하면서 대논쟁이 벌어졌다.
* 블로그주: 「제2의 노래」~「제4의 노래」는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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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 2020-겨울(46)호 <세계시론산책 2/ 시법(詩法) (발췌)> 에서
* 김석희/ 1952년 제주 출생,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국문학과 중퇴,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한때 창작/번역을 병행했으나 2000년 이후 번역에만 종사함. 영어 · 불어 · 일어를 넘마들며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소로의 『월든』,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을 번역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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