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꽃병 속의 피 & 시작노트

검지 정숙자 2020. 12. 13. 00:42

 

    꽃병 속의 피 & 시작노트

 

     정숙자

 

 

  진전을 내재한다

견딘 만큼 비옥해진다

 

  고뇌가 덜리면 사유도 준다

  그 둘로 인해 지속적으로 연역/발아하는 깊이와 빛을

  질투하는

  신은,

 

  회수한다

 

  (진정 고독을 사랑할 무렵)

 

  그렇다고 잃어진 그것을 위조해 가질 순 없다

 

  저쪽, 또는 우연만이 생산/보급하는

  그것은

  캄캄하지만

  자칫 죽음에 이를 수도 있지만

  결국 깨고 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혹자만의

  혹자를 위한

  그 두껍디두꺼운 어둠 속

  광학,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석벽의 삶

  속의 앎

   - 전문,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8월호

 

 

 시작 노트> 꽃병과 꽃의 관계. 물과 피의 관계. 삶과 조종弔鐘의 관계는 늘 미묘하다. 꽃병을 만든 이는 꽃병을 구상할 때 이미 꽃을 꺾고 있었던 게 아닐까. 꽃병은 조롱/어항과 다른 이치일까. 어제 부어준 꽃병의 물은 오늘도 그대로 맑은 물일까. 삼라만상 잠 깨지 않게 숨죽여 흘린 꽃들의 피가 붉게 더 붉게 동녘의 태양을 물들이지 않았을까. 지구는 꽃병이다. 인간은 꽃병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라. 아직 푸르디푸른 피가 생존에 얽혀 불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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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0-12. <근작선/ 시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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