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한쪽 귀에 걸린 마스크

검지 정숙자 2020. 8. 27. 14:21

 

 

    한쪽 귀에 걸린 마스크

 

    정숙자

 

 

  코로나-19에서의 19 2019년의 뒷자리 둘을 따 붙인 거라고 한다. 발생 시기는 12월이며, 최초 발생지역은 중국이다 미국이다 분분하다고 한다. 원흉으로는 박쥐? 원숭이? 에잇 뭐가 뭔지 알 리도 없고 모를 리도 없다고 한다. 그런 건 이제 더 캘 필요도 없다고 한다.

 

  꾀꼬리? 뻐꾸기? 그네들은 왜 의심하지 않는 걸까?

  왜 사마귀는 추궁하지 아니하는가?  死魔鬼라서?

 

  노상 마스크를 잊고 나가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거의 챙기는 편이다. 6개월 이상 시달리다 보니 웬만큼 손에 입력이 되었겠지만, 목하 날씨가 섭씨 30°를 오르내린다는 게 문자다. 아니 문제다. 오후 6 43분 단정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경을 끼고 산책로에 들어섰으나,

 

  19 4, 그러니까 정확히 21분 만에 한쪽 귀의 고리를 풀어 왼쪽 귀에서 덜렁거리게 놔둘 수밖에 없었다. 며칠째 똑같은 형국이다. 책에서 눈을 떼어 가끔 행인들을 바라보노라면 태어나기 이전에 벌써 예행한 분들일까, 마스크를 귀걸이로 찬 이는 오직 나 하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굴 한쪽에서 걸리적대는 불편마저 견디지 못하고, 가운뎃손가락에 걸고 걷는다. 새하얀 마스크가 타의에 의해 본분 상실, 매우 특이한 반지가 된 셈이다.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2020. 7. 19. 16시 현재 그로 인한 사망자가 295명이라고 한다.

 

  20 43, 뜻하지 않았음에도 1분의 오차도 없이

  두 시간 만에 돌아온 오늘의 산책, 마스크-논픽션

 

  오로지 살다가 죽다, 그것이면 족한 것을 이 같은

  시련, 어쩌자고 어쩌자고 끝없이 우짖는 풍랑

 

  *   

 

  별단) 이미 퍼진 역병이 누구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눈 크게 떠도 보이지 않고, 두드리려 해도 닿음이 없다. 이 삼복에 마스크를 쓰고 얼마나 걸을 수 있나 시각을 재어본 하루. 삼가 떠난 이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모두의 안녕을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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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사람』 2020-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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