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 47
정숙자
지문 스캔/ 야트막한 축대 사이 두꺼비 한 마리 앉아 있다. 그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표정이다. 행인들 역시 그 앞을 스치지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들쑥날쑥 풀 틈에 어울린 이 사색가는,
물결같이
한결같이
묵묵하고
담담하다
몇 해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느릿느릿 발걸음 옮겨 디딜 때. 산책로의 이 석가(石家)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즉시 나는 그가 사색가라는 걸 알아봤고, 지나칠 적마다 손길을 나누는 벗이 되었다.
그는 그윽이 내 지문에 서린 슬픔과 바람, 언어 이전의 그리움까지를 읽어내고 알아듣는다. 그리고는 따뜻이 하늘로 전송한다. 어느 우주와 먼 시간을 건너 우리는 예서/이제 만난 것일까. 언제 또
작별할지 모르는 그를 마음에 두고
나는 꿈결같이 해 질 녘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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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0-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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