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52
정숙자
코비드-19 & 플라톤/ ‘우한 폐렴’에 이어 ‘코로나-19’, 최근엔 ‘코비드-19’라고도 부른다. 이 모두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일컫는 용어다. 14세기 중엽 유럽을 휩쓴 페스트를 연상케 하는 이 급성 호흡기질환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좀체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 사회적, 전 지구적 현상인 까닭에 추상을 앞선 절박함으로서의 서사를 「이슬 프로젝트」에 적어두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시詩이자 증언인즉,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도 없고, 모임에서도 개인 간 2m 거리 두기를 실행 중인 현재는 2020년 6월 하순. 일찍이 플라톤은 『향연』*에서 이런 경고를 했다.
“저들은 신을 공격했던 것입니다. (…) 나는 모든 사람을 두 동강이로 쪼개려 하오. 이렇게 하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요. 즉, 그들은 지금보다 약하게 될 것이고, 또 그 수가 늘 테니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될 거란 말이요. 그들은 두 다리로 똑바로 서서 걷게 되겠소. 그리고 만약에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난폭한 짓을 하며 시끄럽게 굴면, 나는 이렇게 쪼개기를 다시 하겠소.”
“만일 우리가 신들께 대하여 단아端雅하지 않으면 다시 반쪽으로 쪼개어질 염려가 있어요. 그때에는 우리가 둘로 짜개진 부신符信 조각 모양으로 코 한복판에서 갈려서 묘비에 부조된 반면상半面像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니게 될는지 몰라요. (…) 사실 우리가 이 신과 친구가 되고 잘 사귀면 우리는 바로 우리 자신의 소년을 발견하며 또 그와 더불어 즐겁게 지내게 될 겁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에뤼크시마코스와 나눈 저 대화편에서 “신을 공격”했다는 말의 진의는 “자연을 훼손”했다는 의미로 연결해봄 직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스 쇼의 묘비명이 겹쳐지기도 한다. 불가역적인 엔트로피의 팽창만을 탓할 수도 없다. 우리 모두 자연을 아끼지 않았으니 우리 모두 “신을 공격”한 셈이다.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비대면···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우리의 신체를 “코 한복판”에서 “둘로 짜개”는 과정이 아니라고 단언키 어렵다. 남녀 한 몸이었던 인간을 둘로 쪼개어 지금의 모습이라는데, 여기서 또 한 번 “짜개진”다면 외발로 톡톡 튀어 다녀야 함은 물론, 지혜도 그만큼 줄어들 테니, 그게 바로 신의 대응이리라.
우리는 그동안 동물들에게 부리망을 씌운 채 채찍도 가해가며 일을 부리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도 마스크를 쓴 채 일해야 한다. 입이 열한 개라 해도 할 말이 없을뿐더러, 열한 개의 입에도 일일이 마스크를 씌워야 할 판이다. 기원전 4세기의 상상력이 오늘에 어울리다니! 인간의 혜안과 어둠의 끝자락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전문-
* 플라톤 『饗宴』 최명관 역(초판:1966, 17판:1981. 을유문화사, 45/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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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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