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혼다 히사시
그 배는 이미
항구마다, 아니다
그 바다 자체에서조차 거절당했다
그 배는 이미
푸르게 넘실대는 바닷물에 잊혀져
활 모양의 수평선에 버려졌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그 사람의
슬픈 기억의 바다에 떠 있고
돛대는 묶여 있다
그 배는 이미
배를 벗어난 배
이름을 명사로서 부를 수 없는 배
어쩌면 그 사람의
새가 되고 싶다는 상념을 닮은 모습
혹은 머무를 수 없는 비망非望
그럼에도
쇠퇴한 별빛을 쌓아둔 채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바다에서 태어나 저 멀리
바다를 초월한 바다로 향하는
배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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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0-여름호 <해외시단산책/ 소개 번역 한성례>에서
* 혼다 히사시/ 1947년 미야자키현(宮崎縣) 출생, 시집 『과수원』 『시로 읊조리다-기억의 숲에서』 등 다수
* 한성례/ 1986년 『시와의식』으로 등단, 시집 『실험실의 미인』 『웃는 꽃』,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 『빛의 드라마』, 인문서 『일본의 고대 국가 형성과 만요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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