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배/ 혼다 히사시

검지 정숙자 2020. 7. 10. 16:16

 

 

   

 

    혼다 히사시

 

 

  그 배는 이미

  항구마다, 아니다

  그 바다 자체에서조차 거절당했다

 

  그 배는 이미

  푸르게 넘실대는 바닷물에 잊혀져

  활 모양의 수평선에 버려졌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그 사람의

  슬픈 기억의 바다에 떠 있고

  돛대는 묶여 있다

 

  그 배는 이미

  배를 벗어난 배

  이름을 명사로서 부를 수 없는 배

 

  어쩌면 그 사람의

  새가 되고 싶다는 상념을 닮은 모습

  혹은 머무를 수 없는 비망非望

 

  그럼에도

  쇠퇴한 별빛을 쌓아둔 채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바다에서 태어나 저 멀리

  바다를 초월한 바다로 향하는

  배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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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0-여름호 <해외시단산책/ 소개 번역 한성례>에서

  * 혼다 히사시/ 1947년 미야자키현(宮崎縣) 출생, 시집 『과수원』 『시로 읊조리다-기억의 숲에서』 등 다수

  * 한성례/ 1986년 『시와의식』으로 등단, 시집 『실험실의 미인』 『웃는 꽃』,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 『빛의 드라마』, 인문서 『일본의 고대 국가 형성과 만요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