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검지 정숙자 2017. 2. 9. 20:31

 

 

    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정숙자

 

 

  낡았습니다

  이제

  어느 면이나 변에서도

  속도는 더 이상 파란색이 아닙니다

 

  길이, 예전의 하늘이 아닙니다

  왜 그리 속도에 매달려온 것일까요

  꼭 그래야만 했을까요

  대체 왜?

 

  속도에 속도를 더하는 사이 파란색은 희미해졌습니다

 

  새빨갛던 태양 역시 기침 소리도 없이 하얘졌습니다

 

  어디선가 뭔가 자꾸 밖으로 밀려납니다

  왜 이리 속도는 어떤 속도를 밀어내는 걸까요? 밀려나는 걸까요? 호

수는 왜 돌에 맞아도 둥근 언어로만 말하는 걸까요?

 

  낮은 데 고인 물이라 그런 걸까요. 삼각형; 꼭짓점은 하나뿐인데 모

두가 그곳을 향해 동력을 몰아갑니다.

 

  광속을 따돌린다 해도 (각도를 돌보지 않는 한) 전혀 새롭지 않은 진

화에 지쳐,

 

  요정이 태어나지 않았을까요?

 

  한 시절을 설레게 했던

  파란 원피스!

  어떻게 다시 그 소녀를 데려올 수 있을까요?

  언제 다시 그 소녀를 살려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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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표현』 2017-2월호 / 신작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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